은행들 금리 반영 속도 '주유소 같네'
기준금리 인하, 예적금 이자에 선반영
대출금리 올릴땐 빠르게, 내릴땐 천천히
2025-02-25 14:05:41 2025-02-25 15:38:5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주유소 기름값 움직임을 보면 국제유가가 오를 땐 빛의 속도로 따라 오르지만, 국제유가가 떨어질 때는 느리게 반영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은행 금리도 그렇습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재량권을 가진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빠르게 인상합니다. 반면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가산금리를 곧바로 내리지 않고 시장의 조달금리가 내려간 뒤 은행 자체 기준금리에 반영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예적금 같은 수신 금리는 이와 반대로 적용합니다. 은행들은 이런 방법으로 금리 인상기에도, 금리 인하기에도 예대금리차를 조절해 가며 늘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며 배를 불려왔습니다. 
 
시중은행 ATM기기.(사진=연합뉴스)
 
올해 첫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25일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또다시 선제적으로 수신금리를 내리는 꼼수를 썼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일부터 대표 수신 상품인 '쏠편한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를 연 3.00%에서 2.95%로 인하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표 수신 예금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를 연 3.00%에서 2.95%로 낮췄습니다. 금리 3%대 예적금이 점차 사라지며 2%대에 정착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대로 대출금리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를 선반영하거나 즉각 반영한 사례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업계에선 소비자 권리를 위해서도 이 같은 관례가 깨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금리는 4%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43%포인트로 한 달 전 1.41%포인트보다 0.02%포인트 올랐습니다. 예대금리차는 4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됐다"며 "(은행의) 금리 결정이 시장 원리에 따라 이뤄졌는지 금감원이 점검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으나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가 내려오면 기본적으로 대출금리에 반영이 돼야 한다"면서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한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업의 본질상 예대금리차 자체가 문제가 될 순 없지만, 수신 금리는 빠르게 내리고 대출 금리는 안 내리는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며 "서민들이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예대금리차를 시장 상황 맞게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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