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 교체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규모 금융 사고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내부 통제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는데요. 금융사 경영진의 책임 못지 않게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사회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예년보다 사외이사 교체 규모가 커지고 내부 통제 전문가를 발탁하는 움직임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사외이사 72% 임기 만료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2명 중 23명의 임기가 이달 종료됩니다. 전체의 72%에 달하는 사외이사가 대규모 교체될 예정입니다.
KB금융(105560)에서는 사외이사 7명 중 6명의 임기가 종료됩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를 새롭게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기존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과 오규택 중앙대 교수의 임기 만료에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기존 사외이사인 조화준·여정성·최재홍·김성용 이사는 중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돼 1년 임기를 더 부여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을 교체합니다.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강행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영훈 전 다우기술 대표, 유진기업 윤리경영실 초대 실장을 역임한 김춘수 전 대표 등입니다. 지난해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내부 통제 강화가 그룹의 주요 과제로 자리 잡은 만큼 새 사외이사로 내부통제 전문가를 발탁했습니다.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의 경우 9명의 사외이사 중 7명의 임기가 이번에 만료됩니다. 양인집 어니컴 회장과 전묘상 일본 스마트뉴스 운영관리 총괄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습니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곽수근, 김조설, 배훈, 윤재원, 이용국 이사를 재추천했습니다. 신한은행장으로 재선임된 정상혁 비상임이사 등을 포함해 올해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됐습니다.
5대 금융의 사외이사 교체 움직임은 예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금융지주는 이사회 구성에서 다변화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올해부터는 경영진 감시·견제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사회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감독 당국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 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에 대해 현재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감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 교체 폭을 키우는 등 내부통제 변화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4대 금융지주 본점 건물 모습. (사진=각사)
이사회 산하 내부통제위 신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열린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모범 관행 도입, 이사회 소통 정례화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최근의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 기능 미흡 사례 등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지주들은 금감원과 은행연합회 등과 지난 13일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결정에 무조건 찬성표을 던진다는 '거수기' 논란도 나오는 만큼, 사외이사 교육을 통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금융지주들은 올해 주총에서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이를 공식화한 것은 하나금융입니다. 하나금융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고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를 신설했습니다. 이사회 내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경영발전보상위원회 등이 있다. 하나금융은 기존에 이사회운영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롭게 내부통제위를 설립했습니다.
내부통제위는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총 위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했습니다. 이사회의 자율적인 견제·감시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향후 내부통제위에서는 하나금융 내부 통제의 기본 방침이나 전략을 수립하게 됩니다. 내부통제위는 반기별로 1회 개최하고 필요하면 수시로 열리도록 함으로써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견제자 역할에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주주총회 안건 공시 전이라 공식화하지는 못했지만 내부적으로 내부통제위 설치를 위한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한 상황입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고, 이사진 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당국 요구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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