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식품업계의 가공식품 줄인상에 국제 식량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미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는 모습이었는데요. 곡물자급률이 하위권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글로벌 식재료 가격 진폭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 고환율 고착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추후 물가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세계 식량가격 3개월 만에 상승 반전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 지수는 127.1로 전월 대비 1.6% 상승했습니다. 이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인상, 낮으면 하락으로 판별하는데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이번에 3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번 세계 식량가격 지수 상승은 설탕과 유제품이 이끌었습니다. 먼저 설탕 가격 지수는 118.5를 기록하며 전달 대비 6.6% 치솟았는데요. 이는 공급 부족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인도의 경우 설탕 생산 전망량이 하락했습니다. 또 브라질은 기상 악화로 생산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유제품 가격 지수는 148.7로 전월 대비 4% 올랐습니다. 치즈의 경우 오세아니아 지역의 생산 감소가 영향을 미쳤고, 버터와 탈지분유의 경우 역시 오세아니아 우유 생산 감소 및 국제 수요 상승으로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아울러 곡물 가격 지수도 112.6으로 0.7% 상승했는데요. 밀 가격은 러시아의 공급 부족으로 물량에 제한이 걸리면서 올랐습니다. 또 유럽 및 미국 일부 지역의 기상 악화로 작황 우려가 발생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식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양정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 수준에 불과한데요.
이처럼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 입장에서 원화 가치 하락은 원재료 수입 가격 상승을 유도하게 됩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450원 안팎 수준에서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폭 커진 가공식품 가격…전체 물가 상승 견인
이 같은 국제 식재료 가격은 국내 먹거리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가공식품 지수는 122.35로 전년 대비 2.9% 상승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1월(3.2%)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2월 이후 대체로 1%대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2%로 오름폭이 커지더니 올해 1월 2.7%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폭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지난달 가공식품 세부품목 73개 중 오징어채(29.1%), 맛김(17.1%) 등 18개 품목이 5% 이상 상승했습니다.
특히 지난 2월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6.08로 1년 전 대비 2% 올랐는데요. 여기에는 가공식품이 전체 물가에 0.24%포인트가량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 업체들이 최근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빵(4.9%), 커피(7.9%), 김치(16.6%), 비스킷(8.4%), 주스(7.6%) 등의 물가를 끌어올린 것이 요인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이달 1일 빵과 케이크 110여종의 가격을 약 5% 인상했고, 지난달에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던킨이 제품 가격을 약 6%씩 높였습니다. 또 스타벅스, 할리스, 폴바셋 등 대형 커피 전문점은 최근 가격을 200~400원씩 인상했고, 해태제과는 작년 12월 초콜릿 포함 10개 제품의 가격을 8.6% 높이기도 했습니다.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 가격도 오르는데요. 농심은 이달 17일부터 총 56개 라면과 스낵 17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합니다. 이에 따라 신라면은 5.3%, 안성탕면은 5.4% 정도 인상분이 반영될 예정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업체들 입장에서는 진작에 인상을 단행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고, 국내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 보니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서 교수는 "다만 최근 양상을 살펴보면 업체들이 분위기에 편승해 인상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그간 업계는 정부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정국 불안정 흐름이 지속되면서 업체들도 더 이상 눈치 싸움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의 과자 매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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