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 경기 고양시 소재 대규모 빌라 단지에서는 대규모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업계약(부동산 매매계약 시에 실제 거래 금액보다 더 높게 계약서를 작성)으로 전세 대출금을 받은 이후 임대인이 전세계약 종료 및 전세금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데요. 세입자들은 비싼 이자를 치르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전세계약 연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피해자 A씨는 "임대인과 은행 대출 상담사 요청대로 최초 계약 당시 작성했던 계약서와 별도로 이면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면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계약도 끝내지 못하는 마당에 되레 (업계약이라는) 허위 계약의 공모자로 몰리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은행권 대출모집인들이 전세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업계약'을 유도하면서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들은 "대출모집인은 위탁 계약 관계일 뿐 직원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은행 브랜드와 인력을 믿고 계약에 나섰던 만큼 관리 책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1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소재 한 빌라 단지의 전세 피해자들은 임대인·분양브로커·공인중개사·대출모집인이 연결된 구조 속에서 전세계약이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당시 분양 현장에서는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반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후 시중은행 명함을 소지한 대출모집인이 직접 분양 사무실이나 세입자 거주 공간으로 찾아와 계약과 대출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은행 인력이 직접 방문했다는 점 때문에 금융사고 가능성을 의심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입니다.
피해자 B씨는 "처음 계약 당시 작성했던 계약서와 별도로 대출용 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면서 "신축 빌라는 공시가격이 없어 이렇게 해야 대출 승인이 난다고 설명해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은행 담당자가 직접 와서 진행하는데 당연히 정상 절차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실제 계약 금액보다 수천만 원 높게 작성된 업계약서가 전세대출 심사 과정에서 활용됐습니다. 일부 세입자는 최초 계약 당시 보증금보다 4000만~5000만원가량 높은 금액으로 전세대출이 실행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출모집인이 현장에서 계약서를 회수해 대출 절차를 진행했다는 설명입니다.
피해자들은 전세대출을 직접 취급한 은행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은행 창구에 업계약 사실을 설명했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피해자는 "업계약 사실을 이야기했는데도 본사 전달 이후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면서 "사고 이후에는 모집인은 은행 직원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세대출은 통상 은행이 보증기관 보증서를 담보로 실행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은행 역시 계약서와 소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자체 심사를 진행합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동일 사업장과 유사 구조 대출이 반복적으로 실행됐다면 이상 거래를 감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은 은행과 위탁 계약을 맺고 고객 서류 접수와 안내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이라며 "은행은 보증기관 보증서를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인 만큼 계약 자체의 진위 여부까지 직접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은 은행 창구 직원이 아니다 보니 창구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은행원들이 이를 보고 보완 서류를 주문하면 다시 제출하는 구조"라면서 "은행 밖 통제 영역"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은행 명함을 내민 대출모집인들이 신축 빌라 전세계약 현장에서 세입자들에게 접근해 업계약을 유도하고 현장에서 전세대출까지 실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12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앞에서 열린 '무분별한 전세대출 책임 떠넘기는 금융기관 규탄 및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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