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도 연준 '금리 동결'…한은도 '속도 조절'
한은 금통위 내달 25일 예정
경기침체에도 추가 인하 어려울 듯
2025-01-30 14:27:46 2025-01-30 17:21:03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까지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는데요. 연준이 금리 인하 행진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됩니다. 연준의 이 같은 결정으로 한국은행도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 여파로 내수가 위축된 상황이지만 환율 등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 연준, 기준금리 4.25~4.5% '동결'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기존과 동일한 4.25~4.5%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3차례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해 오던 연준이 새해 들어 제동을 건 것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는 상당한 진전을 보였고 실업률은 안정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 중"이라면서도 "물가는 여전히 '다소 높은 곳'에 위치했다. 물가의 추가 진전, 고용의 추가 약화를 확인한 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연준의 성명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가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이 표현이 삭제됐습니다.
 
또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이고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FOMC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산유국들에 원유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유가를 내리면 즉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 요구에도 연준이 흔들리지 않고 동결을 택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광범위한 관세, 감세, 이민자 대량 추방을 약속했는데요. 모두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는 정책이어서 연준이 관망 태세를 취한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트럼프 측이 금리인하 요구를 직접 전달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 "어떤 연락도 없었다"며 "우리는 우리의 정책 수단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면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독립성 수호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회견 중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워싱턴AFP/연합뉴스)
 
연준 통화정책 완화에 한은 '부담'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으로 1.5%포인트가 유지됐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미국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2022년 7월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기존 3.5%에서 3%까지 인하했습니다. 지난 16일 새해 첫 금리 결정에서는 환율 상승과 계엄 사태·트럼프 2기 정책 등 불확실성을 이유로 동결했습니다. 다음 금통위는 내달 25일에 예정돼 있는데요. 
 
국내 상황으로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 필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한은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4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면서 2개 분기 연속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계엄 충격으로 민간소비가 얼어붙으면서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인데요.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출이 하향 주기에 접어들고 있고 침체된 경제 심리 등으로 소비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 '3회 금리 인하'를 점쳤지만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은에는 다소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한·미 금리 차이를 더 벌려 원화 약세와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간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동결시키기로 했기 때문에 한국은행으로서는 환율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 줄어들었다라고 보는 게 상식적일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경기 상황을 보면 내리는 게 맞지만 한은이 연준을 많이 쳐다보는 측면이 있어 연준이 매파적으로 간다면 한은도 동결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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