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판 IRA'서 빠진 전기차…청와대 벽에 막혔다
세제개편안 핵심 역할 '류덕현' 지목…중국 공세에 '위기'
2026-08-10 03:00:00 2026-08-10 03:00:0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향후 10년, 전략산업의 육성·보호를 위해 마련한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국내생산세액공제)'에 전기차를 포함해야 한다는 업계와 관계부처의 공감대에도, 청와대 내부에서 이를 반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2026 세제개편안'의 핵심 역할을 한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이 반대 중심에 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 모습. (사진=뉴시스)
 
산업부·기후부 '찬성'에도 '외면'
 
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전기차 국내 생산에 대한 세액공제는 정부가 국내생산세액공제 지원 대상 6대 분야(반도체·태양광·이차전지·인공지능 로봇·풍력·핵심소재)를 확정하기까지 마지막 논의 테이블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간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만으로는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를 방어할 수 없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막대한 자본력으로 자국의 세제 지원을 받아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관계부처인 기후환경에너지부와 산업통상부도 전기차를 국내생산세액공제 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기후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친환경 전기차 보급 측면에서도 세제 혜택이 유지되는 측면으로 (재정경제부 등에) 검토를 해달라는 요청을 드렸다"며 "산업부도 같은 입장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부도 지난 5월 자동차의 날을 맞아 미래차 시장 전환 대비를 위한 전기차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한국판 IRA로 불리는 국내생산세액공제는 정부가 연구·개발(R&D) 및 투자가 아닌 생산 활동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첫 시도입니다. 대미 관세와 대미 투자 확대 등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건데요.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하는 요건을 충족하면 내년 1월1일부터 2036년까지 10년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2026 세제개편안'에는 전기차 국내생산세액공제가 빠졌습니다. 완성차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기차가 6대 지원에 포함되지 못한 건 청와대에서 반대 의견을 나타냈기 때문으로 전해집니다. 
 
관계부처까지 전기차에 대한 세제 지원을 찬성했지만 청와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건데요. 업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만나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의 반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지목했습니다. 실제로 내부에서도 전기차 세제 지원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류 보좌관에게 관련 입장을 나흘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통해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청와대 관계자는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모든 걸 관계부처와 종합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전기차 세제 지원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막았다기보다는 부처 간 입장 차이도 있고, 찬반도 명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흔들리는 국내 생산…국회 심사 '주목'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세제개편안 브리핑 당시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와 고성능 양극재 등에 세액공제를 적용해 국내 전기차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재정경제부의 공식 입장인 셈인데요. 
 
업계의 입장은 다릅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재정경제부에 반복적으로 요청한 건, 이차전지 지원이 전기차 생산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국내 배터리사 대부분 중국에 공장이 있다. 물론 한국에도 공장이 있기는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자동차산업의 제조 기반과 공급망 경쟁력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며 "전기차를 국내생산촉진세제 대상에 포함하는 등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도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전기차 생산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완성차업체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이차전지 세액공제 혜택을 가져갈 수 없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공장들이 노후화된 상황에서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흐름상 상식적으로 해외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기후부 관계자는 "여전히 업계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고, 아직 국회의 입법 절차도 남아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국회 제출 이후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추가 수정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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