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적자 속에서도 몸집을 키워온 HLB그룹이 신규 인수의 문을 잠그고 내실 다지기에 나섰습니다. 그룹 차원의 장기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자본·조직 관리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사활을 거는 모습입니다.
HLB그룹 계열사 HLB글로벌은 지난 7일 색조 화장품 제조를 영위하는 자회사 퍼플리쉬를 흡수한다고 공시했습니다. 합병 목적은 경영 효율성 증대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입니다.
HLB글로벌로 미디어커머스 역량이 집중되는 양상입니다. 앞서 HLB글로벌은 2023년 미디어커머스를 영위하는 티아이코퍼레이션을 흡수합병한 바 있습니다. 과거 티아이코퍼레이션 계열에 속했던 퍼플리쉬가 이번 합병 대상이 됐습니다.
이번 합병은 HLB그룹의 외형 확장 기조가 바뀌는 사례로 분석됩니다. 진양곤 HLB회장의 공격적인 인수로 인해 HLB그룹의 계열사는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10개, 비상장사 50개 등 60개에 이릅니다. HLB그룹이 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업별 주요 회사만 △제약·바이오 18개 △해양산업 7개 △반도체 에너지 3개 △라이프스타일(미디어커머스 포함) 4개 △투자 1개 등입니다.
HLB 관계자는 "진양곤 회장은 2019년 리보세라닙 위암 글로벌 임상3상 실패 후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게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파이프라인을 늘리려고 했다"며 "HLB는 연구 역량이 중요하다고 보고 회사들을 인수함으로써 연구진, 연구 역량까지 가지고 오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약·바이오가 아닌 부문의 사업 확장 배경'에 대해서는 "반도체 사이클 등 시장 상황에 회사 계획이 들어맞는지 여부를 판단해서 경영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몸집이 커진 HLB그룹은 장기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룹 정점에 있는 HLB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손실은 1042억170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매출액 841억7300만원보다 규모가 큽니다.
때문에 HLB그룹은 조직 슬림화를 계속 시도 중입니다. 지난해 HLB는 중간지주사격인 HLB생명과학을 합병하려고 시도하다가 주주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습니다. 반대로 지난해 HLB사이언스 합병은 성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HLB그룹이 조직 효율화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여재천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HLB가 신약 포트폴리오 등 확장을 이뤘지만, 기본적인 자본·조직·사업 관리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제약·바이오 내에서도 중복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년 전부터도 필요했지만, 이제라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회사는 다각화된 신약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버티기'에 들어가는 한편, 전반적인 효율화를 고민한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파이프라인을 각 상장사가 하나씩 맡고, 상장사가 비상장 연구개발 자회사를 지원하는 규모의 경제가 기업가치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열사·사업부 매각, 합병 등을 고민하고 진행하는 중"이라며 "진양곤 회장은 최근 주주 커뮤니티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리보세라닙 허가 이전에는 신규 회사를 인수하지 않는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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