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한 공인중개소 앞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정부가 제도권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제공해 온 세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임대사업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를 믿고 8년간 의무 임대를 이행했지만, 제도 변경으로 당장 내년부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반면 세입자들은 대출 규제 이후 가뜩이나 줄어든 임대 매물이 더 없어질까 전전긍긍입니다. 임대사업자들이 세제 혜택 축소를 이유로 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섭니다.
10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올해 1월부터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 아파트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재산세 감면과 종부세 합산배제 등 혜택도 종료됩니다.
상생임대 주택 특례 적용 기한도 올해로 끝납니다. 상생임대는 1주택자가 2년간 임대료를 5%만 올리는 계약을 체결할 경우, 1가구 1주택 비과세 장특공제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는 동시에 전세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등록임대사업자 집주인…세금 폭탄 '날벼락'
개편안으로 가장 큰 변화에 내몰릴 곳은 문재인정부 당시 등록임대사업자에 이름을 올린 집주인입니다. 의무 임대 기간을 채운 임대사업자들의 혜택이 사라지면서 세금 폭탄을 맞을 공산이 커진 겁니다.
그간 등록임대주택을 장기간 보유해 온 사업자에게 적용됐던 세제상 우대가 사라지면서 매도 시점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인데, 현재 말소된 매입임대는 내년 12월31일까지 양도해야 기존 혜택을 모두 챙길 수 있고, 2028년에 양도할 경우 절반(장특공제 30% 축소·양도세 중과 1/2) 수준만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양도세가 전액 중과되고 장특공제 우대도 모두 사라집니다.
임대사업자들은 주택을 매입할 당시에는 정부가 제시한 세제 혜택과 임대 의무를 함께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지만, 이후 제도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당초 계획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합니다. 한 등록임대사업자는 "당시 정부가 장기 임대를 유도하면서 세제 혜택을 제시했는데, 그 조건을 믿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의무 기간을 모두 채운 뒤 다시 세금 제도가 바뀌면 앞으로 어떤 기준을 믿고 장기투자를 해야 하냐"고 토로했습니다.
현장에선 임대사업자들의 보유와 매도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계속 보유하면 세제 혜택 축소에 따른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매도하면 주택 가격과 양도세를 함께 따져야 하는 만큼 셈법도 복잡해진 겁니다. 강남구 도곡동 소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시점이 명확해지면 급매 물건이 조금은 나올 것으로 본다"며 "여기도 돈 많은 사람이 많긴 해도, 비거주 1주택 집주인들은 세금 혜택이 줄어들면서 직접 거주할지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여의도 대표 재건축 대상 단지 중 하나인 목화와 삼부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세입자도 '긴장'…전월세 시장 영향 주목
더 큰 문제는 임대사업자들의 동요가 세입자 주거 안정성과도 연결된다는 대목입니다. 특히 실수요자 중심 임대차 시장에서는 집주인 매도 결정이 세입자 계약 연장이나 이사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매수인이 직접 거주할 경우 기존 임차인은 거주지를 옮겨야 합니다. 현재 대출 규제 이후 매물 잠김으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황인 만큼 세입자 주거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성북구 길음동 소재 전세 세입자 B씨(40대)는 "집을 사기도 어렵고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것도 예전보다 까다로워졌는데 임대주택까지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세입자 입장에선 임대 물량이 얼마나 유지될지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세제 혜택 축소가 지금의 전월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등록임대사업자가 줄어들거나 기존 임대주택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 장기적으로 민간 임대 공급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데도 이견이 없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등록임대사업자 세금 혜택 축소로 인해 임대 매물 부족이 생각보다 빠르게 전환될 수 있다고 본다"며 "실제로 정부가 세금 혜택을 실거주 중심으로 가져가면서 집주인이 부동산에 전화해 임대를 빼겠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혜택을 크게 축소하면서 임대사업자, 비거주 집주인이 모두 임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추세"라며 "이렇게 되면 입지가 좋은 곳에 저렴하게 거주하던 사람들이 점점 외곽으로 밀리고, 주택 가격도 연쇄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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