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국가대표 AI와 기업 줄 세우기
2026-02-20 06:00:00 2026-02-20 06:00:00
"이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목적을 모르겠어요. 기획 의도는 이해하지만, 지금은 너무 서바이벌에만 매몰된 느낌입니다."
 
정부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 이른바 '국가대표 AI'의 추진 상황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빠르게 뿌리내리는 지금,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AI 강국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차원에서 정부가 내놓은 독파모 프로젝트는 분명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우리 독파모 프로젝트는 AI의 근본적 혁신보다는 국가대표라는 이름 아래 몇몇 기업들을 우대하고 줄 세우는 방식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초 정부는 독파모를 통해 '토종 AI'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기술 주권 확보를 명분으로 들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독파모는 경쟁 구조를 통해 몇몇 기업만을 선정하는 선발전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중순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는 2차 단계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강자로 여겨졌던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컨소시엄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정부는 탈락 팀들에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했지만, 이들 기업은 모두 고사했다.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흡사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풍경이 이어진 데 따른 결과다.
 
평가 기준과 방식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정부는 '독자성'을 핵심으로 내세우며, 기존의 학습된 가중치를 그대로 활용한 AI 모델을 배제했다. 하지만 AI 생태계에 있어 완벽한 기술적 자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이 독자성이라는 기준은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현재 글로벌 AI 생태계는 거대언어모델을 넘어 산업별 특화 AI, 멀티모달 모델, 피지컬 AI로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정부가 오픈소스 활용에 어느 정도 제약을 두고 우리만의 독자 AI 모델을 구축하려는 취지도 일리는 있지만, 이만으로는 AI 산업 전반의 다양성과 성장 경로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AI와 같은 거대 산업은 국가 차원에서 전략이 수립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에 대한 접근 방식은 보다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 AI 성능 경쟁에 치중하지 않고, 기술의 응용 가능성, 산업별 경쟁력 제고,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선진 국가들이 AI 전략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방안을 장려하고, 산업 간 협력과 규제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진정한 혁신은 무한 경쟁도 좋지만, 다양한 아이디어가 공존하고 기술 활용에 대한 유연성이 인정되는 환경에서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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