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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서울 삼성동
현대차(005380)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공사가 5년째 한 자릿수 공정률에 머물렀던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 공정 전환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지하 흙막이·터파기(지하 구조물 시공을 위해 땅을 파내는 공사) 등 기초 공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가운데, 최근 중견 토목공사 업체들이 잇따라 하도급으로 투입되면서 그동안 '땅만 파던 현장'이 공정 확대를 준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000720)·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장기간 지연됐던 매출 인식이 가시화될 수 있는 분수령을 맞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현장 사진. (사진=김소윤 기자)
설계 변경·인허가 지연에 5년간 지하 공정에 머문 GBC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건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GBC는 2020년 5월 착공 이후 지하 흙막이·터파기 등 기초 공정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으며, 누적 공정률은 약 7%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완성공사액은 현대건설 1311억원, 현대엔지니어링 531억원으로, 착공 후 5년이 지났음에도 전체 수주 규모 대비 매출 인식은 제한적인 상태다. 이는 공정이 설비·골조 이전의 저마진 기초 단계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설계 변경이 반영되면서 GBC 사업의 총 수주액은 크게 늘었다. 현대건설의 GBC 변경 수주액은 약 3조 60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은 약 1조 6000억원으로 각각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도급액 대비 수주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GBC 사업은 2014년 서울 삼성동 옛 한전부지(7만9341㎡)를 10조 5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출발했다. 2016년 현대차그룹은 105층 초고층 단일동 형태의 '통합사옥' 구상을 내놓았지만, 수도권정비위원회가 인구 집중과 교통 부담을 이유로 2017~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심의를 보류하면서 사업은 초반부터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19년 1월 조건부 통과 이후 같은 해 11월 서울시 건축허가, 2020년 5월 착공허가를 받았지만, 초고층 건물이 공군 레이더를 간섭할 수 있다는 군사시설 관련 이슈가 다시 불거지며 사업 추진은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원자재·인건비 급등이 겹치면서 사업 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졌다. 현대차그룹은 계획을 강행하기보다 설계 수정과 인허가 재정비를 선택했고, 2024년부터는 기존 초고층 단일동 구상을 접고 다동 저층안으로 방향을 틀어 서울시와 협의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55층 2개동, 54층 3개동 등 다양한 대안이 검토됐고, 최근에는 높이와 공공기여 규모를 조정한 49층 3개동 안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설계 변경 협상은 2025년 말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 같은 설계·인허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공정을 확장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지상 구조물 공사는 설계가 확정되지 않으면 재시공 위험이 크기 때문에, 시공사는 흙막이·터파기 등 지하 기반 공정 위주로만 작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최근 GBC 공정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배경에는 서울시와의 설계변경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점이 있다. 초고층 단일동 계획을 접고 다동 저층안으로 조정한 설계 변경안이 구체화되면서, 그동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던 지상 구조물 계획도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설계·인허가 리스크가 일정 수준 해소되며 지하 기반공사를 마무리하고 공정을 확장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엔에스·씨이에프 합류…멈췄던 GBC '전환 구간' 진입
GBC 현장이 정체 국면을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변화는 토공 전문 하도급사가 현장에 본격 투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재 GBC 현장에는 디앤에스건설이 2025년 11월부터 투입돼 토공 공정을 맡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디앤에스건설은 현대건설과의 거래 이력이 많은 중견 토공사로, 현재 GBC 외에도 힐스테이트 오송역 퍼스트 현장과 도마·변동 1구역 재개발(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등 현대 계열 시공 현장에서 토공사를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장기 정체 현장에서 신뢰도 높은 기존 협력사를 투입했다는 점 자체가 공정 전환을 염두에 둔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2025년 3월에는 씨이에프건설이 GBC 토공 공정에 합류했다. 씨이에프건설은 그간 포스코와의 거래 비중이 높았던 업체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현대 계열 시공사와의 협업 이력도 확인된다. 현재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토목공사를 수행 중이며, 이 가운데 3구역은 현대엔지니어링 시공 현장이다. 이와 함께 당진 현대제철 코크스 CDQ(Coke Dry Quenching·코크스 건식 소화) 신설 토건공사의 토목 공정과 부산 대연3구역 재개발 사업(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294870) 시공), KB 본관 재건축 및 KB금융타운 조성 프로젝트 일부 등 복수의 대형 현장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GBC 공정은 여전히 터파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만 과거 설계·인허가 불확실성 속에서 최소한으로 유지되던 터파기와 달리, 최근에는 전문 토공 하도급사가 투입되며 공정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GBC 현장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도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지반 아래 암반이 분포해 있어 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며 "최근 토공 전문 업체가 투입되면서 터파기 공정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단계가 정리되면 이후에는 본격적인 골조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GBC 사업은 설계 변경 이후 착공이 본격화되는 국면에 들어섰지만, 현재는 터파기 등 기초 공정 단계로 매출 인식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지상 골조 공정이 본격화되는 시점부터 실질적인 매출 반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31년 준공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의 실적 기여는 2028~2029년을 전후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발주처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안에 가능한 공정은 최대한 마무리할 계획이고, 인허가 진행과 간섭되지 않는 구간부터 속도감 있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인허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공정은 관련 부문과 협의해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 측은 GBC 공정이 전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발언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시공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사가 본격적인 구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공정 일정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발주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자세한 언급을 아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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