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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3일 11:1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을 예고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상장 절차를 잠정 보류하고 해외 상장 가능성을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복상장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명확한 판단 기준이 나오기 전까지는 상장 추진 자체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시장에선 중복상장의 정의와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과 투자자 모두 혼선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LS용산타워 전경 (사진=LS)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LS(006260)그룹의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철회 이후, 중복상장에 대한 기준이 더욱 모호해졌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특히 회사 측이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 인수 기회를 일부 열어주는 방안을 당국과 협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이 철회된 점이 논란을 키웠다.
특별배정도 무용지물…모호한 기준에 자회사 상장 '관망 모드'
중복상장은 일반적으로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나 핵심 사업부를 별도로 분할해 다시 상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모회사의 가치가 훼손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해외에서도 자회사를 별도로 분할해 상장하는 방식 자체를 막지는 않고 있다. 모회사 주주가 신설법인 주식을 비례 배정받는 것이 사실상 표준화된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이 같은 구조가 오히려 주주 선택권을 넓히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로 2015년 이베이(eBay)가 페이팔(PayPal)을 인적분할해 상장한 경우가 있다. 당시 이베이는 페이팔을 분리하면서 기존 주주들에게 보유 지분 비율대로 페이팔 주식을 배정했다. 분사 이후 페이팔은 고성장 핀테크 기업으로 재평가됐고, 이베이 역시 본업 중심 전략으로 재편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LS 역시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기존 모회사 지분 가치 희석 문제를 염두에 두고 '모회사 주주 전용 공모주 특별배정' 카드를 꺼냈다.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주주에게 신설회사 주식을 비례해서 배정할 수도 있지만, 에식스솔루션즈는 애당초 사업부 분할이 아닌 LS가 해외에서 인수한 미국 법인이기 때문에 공모주 특별배정 카드가 중복상장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 신주 물량의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통해 중복상장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려던 참이었다.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배정 비율을 30~70%로 하는 내용의 다수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으로, 모회사 주주 전용 공모주 특별배정이란 카드가 중복상장을 막기 위한 해법이 아니냐는 진단도 뒤따랐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에식스솔루션즈의 공모주 특별배정에도 상장이 좌초된 것이 다른 기업들의 상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정부의 중복상장에 대한 강경한 기조와 과거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중복상장 문제 등 누적된 과거 등이 혼합되어 이번 상장 철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심 깊어져…해외 상장으로 눈 돌리나
최종적으로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 철회가 이뤄지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금융당국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 우선 배정 의무화 ▲모회사 순자산가치(NAV) 할인·주가 영향 분석 의무화 ▲자회사 지분율 일정 수준 이상 유지 의무화 등이 향후 중복상장을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번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이 막히면서 자회사 상장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형식상 물적분할이 아닌 해외 인수 법인의 국내 상장임에도 불구하고 중복상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더라도 중복상장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관건은 가이드라인의 명확성과 일관성이다. 에식스솔루션즈 사례가 '예외적 판단'으로 남을지, 향후 자회사 상장 전반에 적용되는 새로운 기준의 출발점이 될지는 금융당국의 세부 설계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다. 시장에서는 가이드라인 발표 전까지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둘러싼 관망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상장 절차를 잠정 보류하고 해외 상장 가능성을 고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철회로 연내 상장을 계획하던 SK온, HD현대로보틱스 등은 해외 상장을 염두에 둘 전망이다. 중복상장에 대한 모호한 규제가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에서의 상장 자체가 구조적 리스크로 인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자회사 상장을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엔 국내 증시는 안정적 전통 산업 중심으로, 고성장 신산업은 해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이원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기술기업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과 기관투자자 기반을 감안하면, 해외 IPO가 전략적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상장을 미루거나 해외 시장을 병행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증시에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투자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가 길어질수록 기업과 시장 모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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