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보편적 시청권과 부익부 빈익빈
2026-03-20 06:00:00 2026-03-20 06:00:00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스포츠 경기나 국가 차원의 주요 행사를 누구나 차별 없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일부 유료 플랫폼 및 사업자가 중계권을 독점해 국민 다수가 중요한 경기를 보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일종의 공익적 허들이라 할 수 있다.
 
보편적 시청권은 소비자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다. 다만 현재의 미디어 사업자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로 이어지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보편적 시청권은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보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자연스레 해당 콘텐츠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방송사나 플랫폼에 집중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규모 자본과 전국적인 송출망을 갖춘 방송사나 대형 미디어 기업이 중계권을 확보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광고 시장에서도 이 같은 콘텐츠는 높은 가치를 지닌다. 시청자가 많을수록 광고 단가가 상승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은 방송사나 플랫폼으로 귀속된다. 반면 중소 방송사나 신생 플랫폼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콘텐츠 생산 측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글로벌 스포츠 경기와 같은 방송의 주 수익원은 중계권료다. 보편적 시청권의 가치가 커질수록 이런 콘텐츠 관련 계약은 안정적 송출이 가능한 대형 방송사나 플랫폼으로 편중되기 마련이다. 중계권을 확보한 매체의 영향력이 크다면 수익과 시장 지배력도 더 많이 확보하게 된다. 반대로 중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업체들은 주변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미디어 시장 전반의 다양성을 제한할 수 있다. 여러 플랫폼이 경쟁하며 새로운 방식의 중계를 시도할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까닭이다. 게다가 대형 방송사나 플랫폼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콘텐츠를 통해 추가적 브랜드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작은 사업자들에겐 이 같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보편적 시청권의 공익적 가치가 높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당연히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중요한 국제 스포츠 경기는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시청할 권리가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이 국민적 콘텐츠 시장에서 곧바로 배제되기 쉽다.
 
이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 정책은 단순히 '누가 볼 수 있는지' 수준에 머무르면 안 된다. 이 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가 공동 중계, 플랫폼 간 협력, 신규 미디어 사업자의 진입 장려 등 특정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익과 시장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보편적 시청권은 미디어산업 내부에서 업체 간 격차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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