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고 이건희 선대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내부 체질 개선을 위해 본격적인 칼을 빼 들었습니다. 정기 인사 시즌도 아닌 상반기에 이례적으로 TV 사업부의 수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위기에 봉착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강도 높은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지난해 사법리스크 해소에 더해 이번 상속세 완납으로 ‘뉴삼성’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DX부문의 부진과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 리스크는 이 회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4일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을 전격 교체했습니다.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맡고 있던 이원진 사장을 VD 사업부장 겸 서비스비즈니스팀장으로, 기존 용석우 VD 사업부장(사장)을 DX 부문장 보좌역으로 선임하는 ‘원포인트’ 인사입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수요 둔화에 더해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비 인상 등 영향으로 TV 사업 실적이 악화하자 전격적인 인적 쇄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VD와 DA(생활가전) 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고전했습니다. 올해 1분기 2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반등에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3000억원) 대비 수익성이 33.3% 감소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됐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DA 사업부의 외주화를 포함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들어가는 등 대수술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VD 사업부 수장의 전격 교체로 DX 부문 전반에 강도 높은 쇄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원포인트’ 인사가 이 회장의 결단이 담긴 인사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실적 부진이나 조직 개편이 필요한 사업부에 언제든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는 이 회장의 실용주의 인사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24년 5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전방위적인 위기에 처한 당시 미래사업기획단장이던 전영현 부회장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으로 전격 투입한 바 있습니다.
이에 이번 DX 부문 사업 부진이라는 직면한 과제가 사법리스크와 상속세라는 대외 부담을 완전히 떨쳐 낸 이 회장이 경영 능력을 오롯이 입증할 때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이재용 회장은 그동안 실질적인 본인만의 리더십을 대외적으로 보여준 적이 별로 없는데, 이제 사법리스크와 상속세가 완전히 해결된 만큼 더 이상 핑곗거리는 없어졌다”면서 “단순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 등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낼 사업 구조의 변화를 위해 이 회장이 결단과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짚었습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 역시 이 회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5월 총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내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다면 ‘뉴삼성’으로의 도약이 멈춰설 수 있는 까닭입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총파업을 예고한 노조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TV 사업부의 수장을 교체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노조에 갈등보다는 타협과 양보를 촉구하는 시그널일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이슈가 지금 내부 문제를 벗어나 국가적인 아젠다로 떠올라 버린 상황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회장이 직접 동반 성장을 하자는 메시지를 내는 등 과감한 결단을 가지고 해법을 제시하는 리더십도 하나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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