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김성은 기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의 구속이 취소되자 정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윤씨는 석방됐지만 조기 대선 여부를 가를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조기 대선을 준비하던 이들의 활동도 주춤해진 상황입니다.
특히 국민의힘의 셈법은 복잡해졌습니다. 윤씨의 석방으로 탄핵 반대 세력을 결집시키는 구심점은 확보했지만, 중도층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됐는데요. 국민의힘은 이런 점을 고려해 '헌재 때리기'를 이어가면서도 윤씨와 직접 만남을 자제하며 절제된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중도층서 60.4% '정권 교체'…'윤 결별' 필요
10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신뢰수준 95%, ±2.5%포인트, 응답률은 6.4%)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윤 씨가 탄핵돼 조기대선이 이뤄질 경우 '정권교체론'이 50.4%로 '정권연장론'의 44.0%보다 앞섰습니다. '정권교체론'은 지난 2주 연속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지만 상당 폭 격차가 줄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당락을 결정하게 될 중도층 민심은 달랐습니다. 중도층만 살펴보면 정권교체론이 60.4%로 정권연장론(36.4%)보다 큰 폭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런 기조는 정당 지지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전체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이 42.7%, 민주당은 41.0%를 각각 기록했는데요. 반면 중도층은 민주당 46.5%, 국민의힘 31.1%로 역시나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난 7일에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졌습니다. 공개된 여론조사(4~6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4.2%)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윤씨의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는데요. 탄핵 반대 여론은 35%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여기에 중도층의 경우에는 찬성이 79%로 반대(22%)를 크게 앞섰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다만 두 기관의 조사 기간을 고려하면 윤씨의 석방 관련 민심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민심의 방향에 대해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이 본지와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표심이라고 불리는 중도층의 민심은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며 "탄핵 국면이 길어지면서 피로감으로 인해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대검찰청이 윤석열씨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 입장을 밝힌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 모습. (사진=뉴시스)
윤 석방에 '보수 결집' 전망…숨 고르는 잠룡들
여권 인사들은 윤씨 석방에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고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윤씨 석방으로 보수에서 '탄핵 기각'에 대한 희망 회로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향후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맞서기 위해서는 중도층 표심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윤씨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보수 결집' 분위기가 이어지며 중도 확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중도·수도권·청년'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다져 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윤씨 석방 이후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입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를 향해 "'흠결 없는 결정'을 내려달라"며 변론 재개에 대한 목소리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하자와 흠결 논란 속에서 내리는 헌재 결정은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탄핵심판 방향과 관련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를 주장했는데요. 그는 "공수처라는 제도가 민주당에서 억지로 사법 시스템을 흔들어보겠다고 날치기성으로 통과시킨 건데 그 제도 자체가 너무 성기고 구멍이 많다"며 "이런 혼란은 처음부터 예정된 거였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고 있는 공수처 폐지에 힘을 실었습니다.
대표적인 '강성 보수 주자'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보수 색채가 짙은 TK(대구·경북)를 바탕으로 세력을 구축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반탄파' 인사로 윤 석방을 계기로 적극적인 의견 개진에 나섰습니다. 먼저 김 장관은 이날 고용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씨의 탄핵심판 변론 재개를 촉구하면서 "대통령께서 공정한 재판에 의해 직무 복귀를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시장은 윤씨 구속취소 인용 결정이 나온 다음날 "(헌재의 탄핵심판이)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 난감한 대한민국이다. 전쟁보다 혼란이 더 낫지 않느냐"며 탄핵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시장도 공수처 흔들기에 나섰는데요. 그는 "공수처장부터 검찰총장, 서울고검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며 윤씨의 구속을 불법 구속이라고 규정지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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