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인턴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나카드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하고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하나카드가 불공정 약관으로 적발된 건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인데요. 별다른 처벌이나 제재가 없다보니 매번 비슷한 행태가 반복된다는 지적입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카드가 지난해 11월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 시정 대상으로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15조에 따르면 금융사는 부가서비스를 제공한 지 3년이 지난 뒤 부가서비스로 인해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지면 이를 축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즉 카드사는 현행법상 최소 3년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카드는 부가서비스를 1년 이상 제공한 상태에서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는 약관을 넣어뒀습니다.
하나카드 약관 공시실을 살펴보면 28개 약관에서 불공정 약관이 확인됐습니다. 그중 14종 카드는 이미 단종됐고 14종 카드는 아직 단종되지 않은 상품입니다. 14종 카드 중 13종은 AMEX 포인트 기업카드·법인일반카드·달러페이법인카드 등 기업 카드였습니다. 나머지 1종은 통신·교통 부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CLUB SK카드'입니다.
하나카드는 이미 두 차례 불공정 약관을 수정한 바 있습니다. 하나카드는 2023년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이 적발되면서 'Mile 1.8대한항공', 'Mile 1.8아시아나' 카드에 대해 사업자 임의로 부가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중단하는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2024년에도 '시그니처카드' 약관에 부가서비스 변경 조건 '1년'을 '3년'으로 변경했습니다. 해당 약관들은 뒤늦게 수정됐지만 결국 단종됐습니다.
공정위는 불공정 약관을 심사하고 금융당국에 시정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재가 '자율 검토'에 그쳐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추가 제재 없이 업계 내에 시정 내용을 공유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정위 시정 내용을 업계 공유하고 자발적인 검토를 통해 조치한다"면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해 나갈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이금노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제도 특성상 불공정 약관을 처리할 유인이 부족할 수 있다"며 "불공정약관 시정과 피해 구제 및 분쟁 조정으로는 소비자 문제 일부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업자의 불공정약관 사용 실익이 없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소비자가 불공정 약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카드사도 별다른 제재가 없으니 불공정 약관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나카드 외에도 신한카드, 삼성카드, SC카드도 불공정 약관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카드도 지난 20일 같은 내용으로 불공정 약관을 수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카드사의 유사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가 수익성 강화를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 정책이 결국 이런 문제를 불러온다"며 "카드사가 약관 규제를 피해 카드를 아예 단종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나카드는 불공정 약관 문제로 세번째 적발됐다. 이번 약관 심사에서 신한·삼성·SC카드도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카드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유영진 인턴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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