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인턴기자] 현대카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호령에 그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해온 불공정약관을 손봤습니다.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에 맞춰 짧게 설정했던 부가서비스 유지기간을 늘리고,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고지 방식도 변경했습니다.
공정위 지적 사항 모두 수정
26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20일 공지사항을 통해 18종 카드 약관을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변경된 약관은 공정위에서 명시한 '불공정 약관'에 해당했습니다.
불공정 약관은 소비자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조항 혹은 소비자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피해를 줄 수 있는 조항을 의미하는데요. 현대카드는 △현대카드ZERO(할인형) △현대카드M·현대카드M2 Platinum △현대카드X2 △현대카드T3 Edition2 등 총 18종 상품에 불공정 약관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15조 제3항 제2호에 따르면 금융사는 부가서비스를 3년 이상 제공한 후 부가서비스로 인해 해당 금융상품의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진 경우에 혜택을 축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카드사는 카드 출시 이후 혜택을 최소 3년 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15종 카드에 '부가서비스를 1년 이상 제공한 상태에서 해당 부가서비스로 인해 상품의 수익성이 현저히 낮아진 경우에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카드 출시 1년 만에 혜택을 축소하고 변경할 수 있게 설정한 것입니다. 이는 개정 이전 최초 제정 법령에 따라 '1년 이상 제공 시' 약관을 변경하지 않고 지금껏 유지한 것입니다. 현대카드는 결국 '1년'을 '3년'으로 바꿨습니다.
또한 현대카드는 3종 카드에 포함된 '다음과 같은 사유가 발생한 경우 카드사는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라는 약관을 '다음과 같은 사유를 제외하고는 변경할 수 없습니다'로 바꿨습니다. 아울러 '2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고지'라는 개별통지 약관을 '서로 다른 2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수정했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사용하는 총 1215개의 약관을 심사하여 45개 조항, 7개 유형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하고 시정을 요청했습니다.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 유형은 카드사가 자의적으로 할인·적립 등 부가서비스 내용을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게 한 조항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해당 서비스는 제휴사 및 카드사의 사정에 따라 중단할 수 있다'는 항목입니다. 이 경우 고객은 '카드사의 사정'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고 카드사는 제휴사 계약 종료나 수익성 악화 등 내부 사정을 이유로 혜택을 없앨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개별 카드사에 이러한 시정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및 기업고객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불공정 금융거래 약관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것"이라며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불공정 약관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일 현대카드ZERO(할인형)·현대카드M 등 총 18종 상품에 포함된 불공정 약관을 개정했다. 사진은 현대카드 홈페이지에 올라온 약관 변경 공지사항(사진=현대카드 홈페이지)
당국 "추가 제재 없어"
금융당국은 현대카드가 해당 약관을 유지한 것에 대해 추가 제재는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카드사 자율적인 점검에 맡기고 해당 약관을 변경하도록 지도한다는 방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위 요청에 따라 카드사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재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동일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업권 내에 조치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약관 심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참고하여 지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드사 약관 위반 사항 재제는 과거부터 '자율 처리' 선에서 그쳤습니다. 현대카드는 2016년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이용조건 허위·누락 표기 등을 이유로 금감원에 자율 처리 제재를 받았습니다. 신한카드도 2018년 신용카드 등 부가서비스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표기했다가 금감원에 자율 처리 제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공정위와 금감원 지침에 따라 불공정 약관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변경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카드사가 약관 개정을 마치면 개별 홈페이지에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대카드는 지난해 11월 공정위에서 약관을 심사할 당시 해당 약관이 있었음에도 직접적인 시정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카드는 업계 내에 공정위 시정 내용이 공유되면서 해당 약관을 수정했습니다.
금융당국은 현대카드에 추가 제재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사진=뉴시스)
유영진 인턴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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