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보험사들이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하면서 자산운용 실적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통상적으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보험사들의 투자수익이 줄어드는데요. 한국은행이 올해 2~3차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고한 상태라 보험사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채권 가격 하락 불가피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보험사의 투자 손익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사들은 고객이 낸 보험료적립금 등을 주로 채권 등에 투자하면서 수익을 내는데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해 투자수익성이 안 좋아집니다.
보험사 투자 손익은 금리 방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에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합니다. 이에 채권 발행 기관은 채권을 더 팔기 위해 금리를 높게 줍니다. 반면 금리가 인하하면 채권에서 얻는 수익이 줄어 매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채권 가격이 오르고 채권 금리는 낮아지면서 투자 손익이 감소합니다.
채권 비중이 높은 대형 보험사는 투자 손익 감소를 면치 못했습니다.
삼성화재(000810) 투자 손익은 지난해 4분기 62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020억원 감소했습니다. 삼성화재 투자 손익은 지난해 1분기 2930억원, 2분기 2260억원, 3분기 2640억원으로 좋은 실적을 보였지만 4분기에 악화했습니다.
DB손해보험(005830) 투자 손익도 지난해 4분기 124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2447억원) 49.3%포인트 감소한 모습입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 투자 손익은 2039억원에서 1618억원으로 20%포인트가량 떨어졌습니다.
현대해상(001450) 투자 손익은 1090억원에서 390억원으로 64.5%포인트 급감했습니다. KB손해보험 투자 손익은 446억원에서 331억원으로 25.8%포인트 내려갔습니다.
한화생명(088350) 투자 손익은 3334억원에서 3910억원으로 증가했는데요. 그러나 운용자산이익률은 3.79%에서 3.59%로 0.20%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 자산운용 능력을 보여주는 투자 수익률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 상황이 좋다는 뜻입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는 기본적으로 보험사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운용자산이익율도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금리·환율 변동과 관련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소형사도 투자 손익 관리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한화손해보험(000370) 투자 손익은 지난해 4분기 1165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1397억원) 16.6% 내려갔습니다.
롯데손해보험(000400) 투자 손익은 지난해 3분기 55억원 적자를 내다가 4분기에 1300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며 운용자산이익율이 -2.65%까지 떨어졌습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하락은 이미 보유한 자산의 투자 이익에는 긍정적이지만 신규 자산의 이자 수익과 신규 보험계약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투자이익이 하락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금리 변동 민감성이 낮은 보험상품 판매 포트폴리오로 금리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채권교체·자본확충으로 대응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미리 채권 교체로 금리 인하에 대응했습니다. 채권 교체는 이미 발행한 채권을 수익률이 좋은 채권으로 바꾸는 전략인데요. 저금리 채권을 매각하고 고금리 채권을 매수해 이자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삼성화재, 신한라이프, KB라이프, IM라이프 등은 채권 교체 매매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도 추가 금리 인하를 가정해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채권을 사서 고금리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손익을 따져보고 채권 교체를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보험사들은 금리 인하에 자산건전성까지 위협받자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 확충에 나섰습니다.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DB생명보험,
동양생명(082640), ABL생명 등 6곳은 지난달부터 총 2조8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습니다.
다음달에도 최대 2조원 이상 자본 확충이 예정돼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다음달 신종자본증권 3000억원 발행하기로 하고 수요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현대해상도 다음달 최대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합니다. KB손해보험은 최대 5000억원 규모, NH손해보험은 2000억원 규모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맞춰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킥스 비율이 대부분 하락하고 있어 올해도 자본 확충에 힘쓸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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