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채권단 요구 수용…워크아웃 개시되나
계열사 매각대금 890억원, 태영건설 투입
"추가 자구계획, 산은과 협의해 마련"
2024-01-08 16:26:21 2024-01-08 16:26:21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그룹이 문제가 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을 모두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등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추가 자구안에 대해서는 곧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오는 11일 여는 제1차 채권단 협의회에서 결정됩니다. 600여곳에 달하는 채권자 중 75% 이상이 태영건설 자구안에 동의해야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
 
앞서 지난 3일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직접 나서 "믿고 도와주시면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해 이겨낼 수 있다"며 채무 상환 기회를 호소했지만, 오너가 사재출연과 SBS 매각 등 구체적인 자구책이 없어 채권단은 실망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태영그룹이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한 대금 1549억원 중 890억원을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 상환에 사용한 것에 대해 채권단과 입장차를 보이면서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티와이홀딩스는 "티와이홀딩스가 지켜져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계열사 매각대금이 태영건설 지원에 활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에 사용한 자금을 태영건설 지원으로 왜곡했다"면서 890억원의 태영건설 즉시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태영그룹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워크아웃 무산에 따른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점쳐졌으나, 채권단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함에 따라 워크아웃 개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입니다. 정부와 채권단이 법정관리 카드를 꺼내들며 압박하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티와이홀딩스는 8일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채권단이 미이행했다고 판단한 890억원을 오늘 추가로 태영건설에 투입했다"면서 채권단에 제시한 기존 자구안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나머지 자구안 △에코비트 매각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제공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조속히 실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는 워크아웃의 전제조건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입니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즉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는 추가 자구안 내용에 달린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오너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습니다. 추가 자구안과 관련해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협의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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