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조롱·음모…이재명 피습, 극단적 진영정치 민낯
정치 양극화가 불러온 정치 테러이자 비극
'대화·타협' 실종…"정치부터 자성해야" 촉구
2024-01-03 16:45:48 2024-01-03 18:09:4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99일 앞두고 벌어진 제1야당 대표 피습 사건은 '극단적 진영정치'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은 추종(팬덤)과 혐오로 갈라진 양극단 정치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는데요. '나와 다르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분열과 증오의 정치가 결국 '극단적인 테러'로 나타난 셈입니다. 민주주의 근간을 파괴하는 정치 테러에 정국이 멈춰버리면서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내 편 아니면 '악마화'…"혐오 정치가 낳은 괴물"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3일에도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놓고 한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라고 규정했습니다. 진영을 떠나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는 게 공통된 인식인데요. 4월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벌어진 정치 테러에 숨 가쁘게 흘러가던 정국의 시계 또한 멈췄버렸습니다.
 
이번 테러의 저변에는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극단적인 발언, 양극화된 정파 갈등, 진영 대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진영 대 진영'은 물론, 진영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고 적으로 규정하는 강압적 분위기가 테러라는 극단의 형태로 표출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정치가 상생과 통합을 향하기는커녕,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채 증오만 부추겨 '극단적 정치 문화'가 형성됐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그 중심에는 '극우 유튜버', '개딸', '태극기 부대' 등 팬덤 정치가 관통하고 있는데요. '내 편만 옳다'는 확증 편향과 정치 혐오를 심화시키는 팬덤 정치 역시 정치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이 대표 피습 이튿날인 이날 유튜브에 올라온 각종 정치 관련 영상에는 양 진영의 극성 지지자들이 무수히 많은 의혹과 음모, 반박들을 쏟아내면서 극단적 진영정치의 민낯을 보여줬습니다.
 
한국 현대 정치사를 되짚어보면, 여야 대표가 선거 직전 괴한 피습에 노출된 사건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2006년에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가 커터칼 습격을 당해 지금까지도 얼굴에 10cm 정도의 수술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2022년에는 당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후보 유세 도중 둔기로 머리 부분을 3차례 이상 맞는 비극이 빚어졌습니다. 칼이나 둔기가 아니더라도 주먹 가격이나 달걀 투척 등을 포함하면 빈도수는 훨씬 많아집니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 언론도 주목…한국 사회 '정치 양극화' 지목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언론들도 이 대표 피습 사건을 예의주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배경으로 한국 사회의 '정치 양극화' 심화를 지목했는데요.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정치가 갈수록 양극화한 가운데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 대표 지지자들 간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비교적 안전한 나라지만, 정치 또는 외교 인사들에 대한 폭력적인 공격의 역사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CNN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권력남용,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됐다가 2021년 사면·석방되는 것을 보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도 "한국 내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표적 비극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정치적 양극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개인주의화 등이 상호작용을 해서 발생한 비극"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극화된 정치는 투표와 같은 대의민주주의 정치 과정을 불신하고 폭력이라는 비제도적 방식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다"며 양 진영 모두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을 촉구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흉기 습격을 받고 치료 중인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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