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총선 대형 돌발변수로
경정맥 손상 의심…서울대병원 이송 후 수술
"민주주의 파괴 행위"…정치권, 한목소리 규탄
'이낙연신당'-'통합비대위' 당분간 수면 아래로
2024-01-02 17:01:04 2024-01-02 18:52:43
[부산=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일정을 소화하던 중 습격을 받고 쓰러졌습니다. 충남 거주의 60대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이 대표는 부산대학병원을 거쳐 서울대학병원으로 이송, 수술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여야는 "용납해서는 안 될 폭력 행위"라며 한목소리로 규탄했습니다. 동시에 제1야당 대표 피습이라는 돌발 변수가 총선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앞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세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박 전 대통령은 유정복 당시 비서실장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었고, 이 한 마디로 열세였던 선거 판세가 뒤집어졌습니다. 한나라당은 당시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 12개를 석권했습니다. 
 
이 대표 피습 직후 민주당 일정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오찬 일정은 물론, 부산·울산·경남(PK)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새해 첫 날 노무현 전 대통령 참배에 이어 이날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었습니다. 민주당 정통성을 대내외에 과시, 이낙연 신당과 비명계의 통합비대위 주장에 대응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이 대표 피습이라는 돌발 악재가 발생하면서 이 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공세는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전망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신공항 예정 부지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가 이재명' 머리띠 남성…지지자 행세하다 '돌변'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찾았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사업인 만큼 이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약속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상심한 부산 시민들을 위로하려던 행보였는데요. 특히 부산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당 간 지지도 격차가 크지 않아 민주당으로선 낙동강 벨트를 최전방으로 설정한 상황이었습니다. 
 
30여분의 행사를 마치고 취재진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한 남성이 이 대표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 모양 머리띠를 착용한 이 남성은 이 대표의 지지자인 것처럼 사인을 요청하며 접근해 순식간에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해당 남성은 이 대표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현장을 돌아다니며 이 대표의 지지자인 양 행동을 했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이 대표를 흉기로 찌른 피의자는 1957년생으로 충청남도에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과다 출혈을 보인 이 대표는 외상권역센터가 있는 부산대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경정맥 손상이 의심된다고 합니다. 의료진은 대량 출혈이나 추가 출혈이 우려됨에 따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후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대표를 태운 소방헬기는 오후 1시경 부산대병원을 출발해 약 2시간 후 서울 노들섬에 내렸습니다. 이 대표는 다시 구급차로 옮겨져 3시20분쯤 서울대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폭력 행위 용납 안 돼"…민주당 비상의총 소집 
 
민주당은 이 대표의 피습 후 모든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당초 이 대표는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었는데요. 당 지도부가 이날 방문이 어려울 것임을 알리자, 문 전 대통령은 "너무 걱정돼서 지금 바로 가려던 참이었다"며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위해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어떤 경우에서도 발생해선 안 될 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아울러 3일 오전에는 비상 의원총회를 열 계획입니다. 
 
이 대표의 피습 소식에 정치권에서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전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재명 대표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생각이 다르다고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어떤 경우에도 용납해선 안 된다"며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습니다.
 
제22대 총선을 99일 앞두고 발생한 이 대표 피습 사건은 향후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신당 창당을 예정하고 있던 이낙연 전 총리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전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대표의 피습 소식에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폭력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의 퇴진과 함께 통합비대위 구성을 요구했던 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상식'도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용서받을 수 없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부산=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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