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내부 반발에도 '병립형' 강행…명분은 '권역별'
3개 권역별에 중복입후보제 '가닥'
2023-12-11 17:20:41 2023-12-11 17:42:18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병립형' 회귀로 잠정 결론짓고 명분 쌓기에 나섰습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내부 반발에도 선거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요. 당 내부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중복입후보제' 등의 대안도 함께 제시하며 '선거제 퇴행'이란 비판의 방어 논리 쌓으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영호남 같은 권역으로 묶기…"지역구도 타파 무색"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현행 선거제 유지 여부', '위성정당 창당 여부' 등을 묻는 여론조사를 내부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의 이 같은 여론조사를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되돌아가려는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과거 선거법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오면 당 지도부가 이를 근거로 현행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기하고 선거법 개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의 병립형 회귀 움직임은 지난달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언급하면서 급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후 홍익표 원내대표도 방송 인터뷰를 통해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하느냐"며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말을 했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에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불가피하게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는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왜 이것을 우리가 못 지키는지 설명을 해야 한다"고 같은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를 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의총장에서 수기를 해야 될 것 같다"며 "연말까지 연동형 비례를 포함한 선거 방식을 어떻게 할 건가를 확정지을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방지를 합의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립형 회귀에 동조하고 있는 민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당선자는 각 정당이 사전에 제출한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 순위에 따라 결정됩니다.
 
특히 민주당은 △북부 또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중부(강원·충청·대구·경북) △남부(전라·부산·경남·제주) 등 3개 권역으로 나누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전국을 서울, 수도권(인천·경기), 충청·강원, 전라·제주, 경북, 경남의 6개 권역으로 나누는 방안을 다시 절반으로 축소시킨 셈입니다.
 
문제는 민주당 안의 경우 '영호남이 같은 권역에 묶인다'는 점입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역구도 타파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애초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인 '지역주의 완화'와 '지역 대표성 보완' 등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권역별 병립 땐 '7% 넘어야' 1석…'중복입후보제'도 논란
 
'중복입후보제'도 민주당 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복입후보제는 지역구 출마자가 비례대표에도 출마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열세 지역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른바 '이중구제' 장치인 셈이지요. 
 
다만 중복입후보제가 '친명(친이재명)계 구제용'으로 변질될 수 있어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울러 권역별 병립형과 중복입후보제 모두 군소 정당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기는 쉽지 않아, 지난 총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던 취지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일례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의석을 얻기 위한 정당득표율의 하한선이 3%에서 7%로 두 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양당제를 고착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택하든 그 결과물이 '위성정당 금지'를 당론으로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이상 이재명 대표는 대선 공약 파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한데요. 
 
앞서 김상희 의원은 민주당 의원 75명이 동의한 일명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총선 이후 2년 이내에 거대 정당과 위성정당이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50% 삭감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탄희 의원의 위성정당 방지법에 사후적·징벌적 조치를 추가 보완했습니다. 
 
김상희 의원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친명계 김두관 의원은 "퇴행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병립형의 길을 간다면 그 후과는 민주당 모두가 안아야 할 역사의 책임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불의와 끝까지 싸우고 '이재명은 합니다'던 그 이재명은 어디로 간 거냐"고 일침하기도 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