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주일째 침묵…'신뢰' 대 '실리' 기로
홍익표 "사과하고 바꾸는게 정치"…약속 파기 가능성 시사
비명계·원로급 비판 고조…"어떤 시기든 소수 의견 존중"
2023-12-05 17:04:51 2023-12-05 18:03:08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선거제 개편 논의 시한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다수당 지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현실론'에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충분히 논의하라는 입장을 정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공을 결정권한이 있는 정개특위로 넘기면서 '시간 벌기'에 나선 셈입니다. 이날 정개특위에서도 "선거제 입장을 정하라"는 국민의힘과 "위성정당 방지법 논의를 먼저하자"는 민주당 입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성북구 보국문로 주택가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침묵 길어지는 사이홍익표 "약속 다 지켜야 하나"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엄혹하다"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습니다. 그는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한다면 국민 정서를 고려해 적절하게 타협했을 것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등장함에 따라 현실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병립형 회귀' 카드에 군불을 뗀 이 대표는 이후에는 일절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탄 나눔 봉사활동 등 민생 행보를 이어가며 정부·여당과 정책으로 대립각을 세울 뿐, 선거제 개편 논의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병립형 회귀,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연동형,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연동형 등을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졌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이자리에서도 이 대표는 별다른 언급 없이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만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최근 병립형 회귀 혹은 위성정당 허용 등 기존의 방식대로 총선을 치르는 방향으로 무게가 기울었습니다. 이날 홍익표 원내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물론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짐나 때로는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그 경우 당당하게 약속을 못 지키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이런게 필요하다"고 말한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홍 원내대표는 지난 의원총회 당시의 상황에 대해 "병립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야권 연합 비례정당 등 세 가지가 가능성은 다 열려있다"면서 "사과하고 바꿀 수도 있는 것이 정치"라고 탈출구를 열어뒀습니다. 
 
보폭 넓히는 '이낙연·김부겸·정세균'…'이재명 리더십' 또 시험대
 
당 지도부의 이 같은 태도에 '이재명 리더십'을 향한 내부 반발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혁신계를 자처하는 정치 세력 모임 '원칙과 상식'은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 중순까지 당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입니다.
 
'원칙과상식' 소속의 조응천 의원은 "우리가 요구한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은 요구를 하기 전에 무조건 이렇게 가야 되는 것들"이라며 "이것도 못 받아들일 정도면 총선에서 국민들한테 뭘 내놓고 표를 달라 할 것이냐"고 직격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이낙연 전 총리, 김부겸 전 총리 등 민주당 원로급 인사들까지 가세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열린 포럼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되는 등 민주당의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이 전 총리는 이날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60년 전통을 가진 민주당은 제왕적 총재 시기가 있던 적도 있지만 어떤 시기든 당내 소수 의견은 존중됐었다"며 "(지금의 민주당은) 다양성도 인정되지 않고 당내 민주주의도 억압되고 있는 상당히 위험한 지경"이라고 일침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가) 현 상황에 대해 매우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과 단결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덧셈의 정치'를 주문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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