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인요한 최후통첩 '외면'…혁신위 '와해' 수순
'희생' 혁신안 최고위 상정 불발…"요청 없어"·"사실 아냐"
혁신위, 마지막 압박 카드 꺼내나…'비대위 전환' 만지작
2023-12-04 16:29:34 2023-12-04 17:55:4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4일 혁신위원회의 '최후통첩'에 무반응을 보이면서 끝내 외면했습니다. 앞서 혁신위는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이른바 '희생' 혁신안을 정식으로 의결하고 지도부에 이날까지 응답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그러나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해당 혁신안은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지도부의 외면에 혁신위는 결국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조기 해산 수순을 밟을 전망입니다.
 
'희생' 혁신안 상정 놓고 '진실공방'까지
 
당초 혁신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지도부·중진·윤핵관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6호 혁신안'을 보고하고 정식 의결을 요청할 계획이었습니다. 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요구하며 지도부에 이날까지 답을 달라고 했습니다. 혁신위 활동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지도부를 향한 사실상의 최후통첩인 셈입니다.
 
하지만 해당 혁신안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도부와 혁신위는 최고위 상정 불발 배경을 두고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최고위 측에 공식적으로 보고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 혁신위 안건이 왜 안 왔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안건 보고 요청이 없었다는 사무총장의 답변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불출마 혁신안을) 어떤 형태로 보고할지 정리가 돼서 요청이 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오늘) 보고 요청 자체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박 수석대변인은 "어렵게 모시고 와서 활동하는 혁신위인 만큼, 혁신의 취지가 잘 반영되고 활동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도와주자는 의견이 공유되고 대부분 동의했다"면서도 "(최고위에서)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달라고 하는 건 본연의 역할과 범주, 성격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지도부·중진·윤핵관 등의 희생은 최고위에서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사실상 거절한 셈입니다.
 
이에 혁신위는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박 수석대변인의 발표 직후 언론 공지를 통해 "혁신위가 최고위에 안건 상정 요청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면 반박했습니다.
 
오 혁신위원은 "어제(3일) 당 기조국에 월요일 최고위에 안건 상정되느냐, 누가 보고해야 하냐 의논하니 (기조국에서) '향후 혁신위 안건을 모두 모아서 상정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달받았다"고 했습니다. 혁신위가 안건을 의결 받기 위해 최고위에 상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당에서 사실상 회피했다는 취지입니다. 
 
혁신위는 오는 7일 열릴 최고위에 다시 6호 혁신안의 안건 상정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혁신안이 수용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혁신위 '조기 해산' 수순…'비대위 전환' 만지작 
 
정치권에서는 혁신위의 '최후통첩'에도 지도부의 '외면'이 계속된다면 결국 혁신위는 조기 해산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혁신위원들은 '조기 해산'을 넘어 마지막 압박 카드로 '지도부 총사퇴'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다만 비대위 전환을 위해서는 최고위 의결이 필수적인 만큼 김 대표가 버틸 경우 조기 비대위 체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당내에서도 비대위 전환 가능성은 낮게 점치는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대위 전환은 △당 대표 사퇴 △선출직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 △최고위원회의 전원 찬성 등이 있을 경우 전국위원회 추인을 받으면 가능합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김기현 체제를 허물고 비대위라는 야전 천막을 또 친다? 그렇다고 전투에서 이길까"라며 "이제 전투에 들어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김기현 체제라는 빅텐트 안에서 각자 자기 역할을 하면서 질서 있는 전투 진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혁신위가 조기 해산 수순에 접어들 경우 김기현 지도부 체제의 책임론도 불가피한데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출범시킨 혁신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모양새가 됐기 때문입니다. 출범 당시 '전권을 주겠다'는 말 또한 허언이 되며, 결국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는)사실상 실패했고 식물 혁신위로 전락했다"며 "여기에 대해서는 인 위원장과 김 대표, 지도부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혁신위를 띄웠던 근본적 배경에는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성찰하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한 달 동안 혁신위가 보여준 것은 거의 없었고, 당 지도부도 책임지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당 지도부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에 대해 국민들이 굉장히 분노할 것이고 이대로는 총선을 치르기 굉장히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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