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땐 '추가 핵실험'까지…모든 시나리오 가능해졌다
'안전핀' 9·19 군사합의 파기에 한반도 전운 고조
여야 책임 공방…"잘한 결정"·"전쟁 일촉즉발"
2023-11-23 16:36:42 2023-11-23 18:17:1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북한이 23일 '9·19 남북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강대강으로 치닫는 한반도 정세는 더 얼어붙을 전망입니다. 북한은 즉각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하고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외교가 안팎에선 북한이 새해 핵실험 실시 등 추가 도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구축 재개 등 육·해·공에서 전방위적 대비태세 강화에 나설 방침인데요. 남·북한 긴장 완화의 상징이자 우발적 충돌을 막을 안전핀으로 여겨지던 '9·19 군사합의'가 뿌리째 뽑혀 나가면서 한반도의 전운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습니다. 
 
국정원 "북, 내년 핵실험 가능성"…정찰위성 경쟁도 본격화
 
북한 국방성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실상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 때 체결한 '9·19 군사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9·19 합의가 5년 만에 휴짓조각이 되면서 한반도의 군사충돌도 본격화된 모습입니다.
 
당장 북한은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고 있어 이를 빌미로 국지 도발 가능성이 작지 않은데요. 최악 땐 핵실험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이날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 2024년이 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지 실험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군 역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9·19 합의로 묶였던 육·해·공 일대의 각종 훈련을 재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입니다. 우선 DMZ 내 GP 구축을 재개해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응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MDL 5㎞ 구역에서 사격 등 기동훈련이 재개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해상에서는 동·서해 포사격 및 기동훈련 재개와 함께 포신에 설치했던 덮개를 해제해 포문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중에서는 전날 오후 3시를 기해 대북정찰 작전, 비행훈련이 정상화된 상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북 간 정찰위성 경쟁도 본격화됐는데요. 북한은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오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독자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빌미로 도발을 감행한다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국방성 성명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거듭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둘러싸고 남북이 각각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정지와 합의 파기를 선언한 가운데 23일 서울공항 활주로 위로 비행을 마친 정찰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19 정지' 여야 책임 공방…신원식 "이익 1조원·손실 1원"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을 두고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였습니다. 여당은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에 대해 효력정지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정부의 효력정지 선언으로 사실상 북한의 합의 파기를 자초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9·19 군사합의는 무능하게 맺은 굴종적인 조약인데, 북한이 먼저 합의를 깨다시피 했다"면서 "북풍 운운하고 있는데, 합의 이후 북한이 도발한 게 몇 회나 되느냐. 이런 게 다 북풍 조작을 위해 했다는 말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같은 당 이헌승 의원도 "9·19 효력 정지는 꼭 필요하고 잘한 결정"이라고 옹호했고, 우신구 의원은 "우리도 (북한처럼) 합의 파기 선언을 같이 해야 하지 않나"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한 정당성을 피력하는 신 장관에게 "이런 상황 관리로 국지전, 전쟁 일촉즉발까지 갈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초래돼 이익을 얻을 사람이 누구냐"고 지적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너무 무리한 접근 아니냐. 양쪽에서 정권을 잡은 집단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충실한 접근법을 진행하며 호흡을 맞춰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불안감을 거둘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같은 당 설훈 의원도 "한반도 긴장이 격화하고 포격전이 일어나는 상황이 대한민국 국방에 도움이 되느냐. 평화가 깨지면 한국 경제는 어디로 가겠느냐. 접경 파주에 기업체들이 들어와 있다. 불안하지 않겠냐"고 비판했고, 안규백 의원도 "일부 효력정지는 사실상 파기 선언적 의미다. 앞으로 남북 간 국지 도발을 비롯해 예측불허의 상태가 올 것 같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이 같은 공방에 신 장관은 "(효력 정지로) 1조원의 이익이 있다면 그로 인해 초래되는 손실은 1원"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 도움이 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1원) 손실을 염두에 둘 만큼 세상은 한가하지 않기 때문에 비행금지구역 효력정지는 매우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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