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총선 등판 확실시…엇갈리는 여야 셈법
대구·대전·울산 '광폭 행보'…한동훈 "충분히 말씀드렸다" 말 아껴
환영하는 여 '한동훈 띄우기'…긴장하는 야 '의미 축소하기'
2023-11-21 16:33:06 2023-11-21 18:02:2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정부의 2인자로 평가받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연말 개각 논의와 맞물려 여당 내에서도 '한동훈 총선 역할론'이 급부상했는데요. 한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와 관련해 강한 긍정도, 강한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출마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여당에선 연일 총선판을 흔들고 있는 한 장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반면, 긴장감이 커진 야당은 한 장관 등판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세금 빼돌려 쇠고기 먹으면 탄핵 사유"한동훈, 이재명 직격 
 
한 장관은 21일 대전을 찾아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평가 시스템인 대전 한국어능력평가센터(CBT) 개소식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17일 보수 텃밭인 대구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날은 대전, 오는 24일에는 울산을 찾을 예정인데요. 법무 정책과 관련된 일정이라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광폭 행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 장관은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씀은 충분히 드렸다. 특별히 드릴 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1월 법무부 장관 사퇴 후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특별히 드릴 말 없다"고만 말했습니다.
 
또 17일 대구를 방문한 데 이어 대전 등 각 지역 현장을 연이어 찾는 일정이 내년 총선 출마를 의식한 정치 행보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선 "그동안 국회 일정이 연속적으로 있어서 현장 방문을 하지 못했던 것뿐"이라며 "전임 법무부 장관에 비해 현장 방문 건수는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구 방문 과정에서 시민들과 장시간 사진 촬영을 한 것을 두고 출마를 염두에 둔 행위 아니냐는 질문엔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 카드를 꺼내던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지금 검사 탄핵이 아니라 누구는 대통령 탄핵도 얘기하고 있다"면서 "고위 공직자가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를 사고 가족이 초밥과 쇠고기를 먹었다면, 그 정도는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도 인용할 것 같다"고 반박하며 사실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직격했습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엔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했는데요. 공교롭게도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같은 날 카이스트를 방문해 '5호 혁신안'에 담길 과학기술, 연구·개발(R&D) 관련 의견 청취에 나섰습니다. 한 시간 차이로 도착한 두 사람은 깜짝 만날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이날 이들의 만남은 없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전 대전 중구 한국어능력 평가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기 전 지지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 "이준석 신당 견제 카드"야 "윤석열 대통령 짝퉁"
 
여권에서는 보수진영의 간판으로 떠오른 한 장관의 출마설에 환영하며 반기는 모습입니다. 윤석열정부 내각에서 스타 장관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을 뿐 아니라 대야 공세에서도 야당 의원들과의 설전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보수층 입지가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 장관 출마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을 견제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행보에 대해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고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잘 보고 있다"며 "한 장관이 가지고 있는 많은 훌륭한 자질이 대한민국을 위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한 장관이 역할을 해달라고 건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상세한 얘기를 다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달라"면서도 "차츰 상세한 상황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전날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환영한다. 그런 경쟁력 있는 분들이 와서 도와야 한다"고 반색했습니다.
 
다만 한 장관이 내년 총선 캐스팅보터인 중도·무당층에 확장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검사 출신에다 대통령 최측근인 만큼 윤 대통령과 겹치는 이미지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권 내에서도 한 장관의 '활용법'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야권에서는 한 장관 등판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정권 심판론이 내년 총선의 '호재'라고 하지만, 견제 분위기도 상당합니다. 때문에 한 장관을 굳이 언급해 몸집을 키워주지 말자는 전략으로 대외적으론 그의 총선 역할론을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장관이 (선거에) 나와주는 게 민주당에 상당히 괜찮을 것 같다"며 "한 장관은 짝퉁 윤석열 같은 느낌이라,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고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21일 오전 대전 중구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CBT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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