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인요한 긴급회동에도…'윤핵관 용퇴' 벼랑 끝 대치
혁신위 안건 놓고 '평행선'…김무성 등 원로들은 혁신위에 힘 싣기
4호 혁신안 '상향식 공천·엄격한 컷오프'…"용산 출신도 예외 없다"
2023-11-17 16:59:09 2023-11-17 18:38:5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여당 내 핵심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전격 회동했습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혁신위 출범 취지와 활동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지만, 갈등을 불러온 원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면서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특히 인 위원장은 "당에 고통스러운 쓴소리를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 핵심 인사들을 향한 '용퇴' 압박은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 원로들도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당 민주주의 요체"라며 혁신위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에 따라 인요한 혁신위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벼랑 끝 대치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기현 "가감없는 의견 달라"인요한 "쓴소리 계속할 것"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1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0여분가량 비공개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날 면담은 혁신안 수용을 두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자, 이를 봉합하기 위해 김 대표가 제안한 자리인데요.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이 들어서자 "요새 힘드시죠"라고 안부를 물었고, 인 위원장은 "살아있다"며 웃음을 지으면서 답했습니다. 둘의 대화에서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김 대표는 "대단하다"고 맞받아치며 회동을 이어갔습니다.
 
인 위원장은 면담에 앞서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과) 불필요한 오해가 많다"며 "소통하며 풀어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제가 의사인데 스스로 메스를 대서 안 좋은 걸 덜어내는 일인데 굉장히 힘들다. 의견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하다"며 "그래도 당과 같이 움직여야 하니까 소통으로 풀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면담에서는 "혁신위 출범과 그간 활동 내용의 취지, 활동 상황에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다양한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고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이번 혁신처럼 과거와는 달리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주고 활동해 주신 거에 대해 감사드렸고, 앞으로도 혁신위의 가감 없는 의견과 아이디어를 계속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인 위원장은 "당과 우리 정치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 당의 고통스러운 쓴소리라도 혁신적으로 계속 건의를 드리겠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심·험지 출마·불출마' 함구'내홍 불씨' 여전 
 
하지만 면담에선 이들의 갈등을 촉발한 '용퇴' 문제, '윤심'(윤 대통령 의중) 언급 등 민감한 사안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양쪽 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갈등 확산을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내홍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인데요. 
 
인 위원장은 여당 내 핵심 인사들을 향해 수위를 높이며 계속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거부 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인 위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는 점에 대해 일부 혁신위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며 재차 의견을 피력했는데요. 김경진 혁신위원은 면담 후 브리핑을 통해 "인 위원장이 불만족스러운 생각을 가진 일부 혁신위원들의 말도 전달했다"며 "혁신위가 의결한 안건 등은 좀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당에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김 대표는 "혁신위 제안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당에는 (논의) 절차와 논의기구를 거쳐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고 답해 거리를 뒀습니다. 
 
실제 혁신위 안건 중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징계 취소를 담은 '1호 혁신안'만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정치인 희생'과 '청년비례대표 50%' 등이 담긴 혁신안 2호와 3호는 최고위에 보고됐지만, 별도 의결은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혁신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4호 혁신안으로 상향식 공천을 통한 공정한 경쟁과 엄격한 컷오프를 제시했습니다. 이소희 혁신위원은 회의 후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 인사도 예외 없이 똑같이 공정한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며 '모든 지역구 전략 공천 원천 배제'를 강조했습니다.
 
또 이 위원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금고 이상의 전과자 공천 배제를 언급하며 엄격한 컷오프 기준 적용 필요성을 밝혔습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8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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