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험지 출마·개딸 결별"…비명계 '집단행동' 가시화
'원칙과 상식' 곧 출범…이원욱 등 소수 합류 전망
재점화된 사법 리스크…12월 중하순이 분수령
2023-11-14 16:57:12 2023-11-14 19:25:11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집단행동에 나선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혁신계'를 자처한 이들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변화를 거듭 촉구하고 있는데요. 조만간 '원칙과 상식(가칭)'이라는 정치 세력 모임도 출범할 예정입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즉각 집안 단속에 나섰습니다. 다만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 결과가 내년 총선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명계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7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영찬 합류'로 5인 체제비명계, '개딸' 정조준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원칙과 상식' 세력화에 대해 "머지않은 시기에 공식 출범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원칙과 상식'은 공부 모임보다는 정치 세력 모임에 더 가까운데요. "대한민국을 바꾸고 민주당을 바꾸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를 공식적으로 이름 걸고 하는 모임"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현재까지 이 의원을 비롯해 김종민·윤영찬·이상민·조응천 등 당내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들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이 의원은 "한 자릿수의 의원들이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요즘 당 분위기가 험악해서 이름을 걸지는 않았지만, 뜻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굉장히 광범위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원칙과 상식'은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 일색의 당 지도부와 이들을 호위하는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들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일성은 통합을 위한 행보였는데 실천적 모습이 안 보인다"며 "당을 개선하고 당을 혁신해보자는 취지에서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운을 뗐는데요. 임시국회까지 완전히 종료되는 12월 중하순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그는 이 대표가 보여야 할 최소한의 혁신 의지로 '개딸과의 결별'을 꼽았습니다. '국민 통합, 당의 통합을 위해서 재명이네마을 이장직을 사퇴하겠다'고만 밝히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이재명도 '험지 출마' 압박국민 54.1% '찬성'
 
비명계가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이 대표에 대한 '험지 출마 압박'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이날 이 대표를 향해 "경북 안동에 출마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동시에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먼저 선택해 준다면 언제든지 당이 가라는 데 가겠다"며 자신 역시 희생을 감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 대표의 험지 출마론은 지난 9일 김두관 의원이 처음 제기한 이후 당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당 지도부는 험지 출마론은 물론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 용퇴론'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가 없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민심은 인적쇄신을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14일 공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 전체 응답자의 54.1%가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에 찬성했습니다. 반대 응답은 26.1%에 그쳤습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변수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법 리스크' 역시 넘어야 할 암초입니다. 법원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을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재판과 별도로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주일에 최소 3번 이상 법정에 서는 것이 현실화됐기 때문입니다.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사건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법원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판단한 만큼 총선 이전 1심 판결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라고 짚었습니다. 내년 총선 전까지 이 대표의 재판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만한 폭로나 물증이 나온다면 정치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그다지 높게 보지는 않았는데요. 비명계의 정치 세력화에 대해서는 "신당 창당을 하든 이 대표를 압박해 (공천)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든 집단화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총선기획단 2차 회의를 열고 예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가상자산 보유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전 국민에게 경력·학력·사진 등 정보를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결정했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 공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의 면모를 통해 총선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민주당의 총선 캠페인은 다음 회의 때 구체적으로 공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