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여권발 정계개편…4대 관전 포인트
이준석 대구 출마 시사…전문가 "군불때기 성공"
윤핵관·용핵관, 텃밭 출마 여부에 내부 갈등 격화
전권 준다던 혁신위, 당 지도부와 충돌 가능성 고조
2023-11-12 09:00:00 2023-11-12 09: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최수빈 기자] 여권발 정계개편을 둘러싼 '샅바싸움'이 본격화됐습니다. 특히 보수 신당이 총선 블랙홀로 격상하면서 여권 내부 권력구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습니다. 애초 정치권 안팎에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공천을 장악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동을 걸면서 여권발 정계개편이 고차 방정식으로 격상했습니다. 여기에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까지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12일 "이들의 얽히고설킨 함수 관계가 여권 내부 권력구도의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①이준석 신당
 
여권발 정계개편의 핵심 키맨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입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본진'인 대구에 도전장을 냈는데요. 그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새로 뭔가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도전이 그 아성(대구·경북)을 깨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구 도전이 어렵다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며 "다시 한번 변화를 만들어 달라"고도 호소했는데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신당'이 수면 위로 부상하자, 국민의힘은 경계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역할을 추진한다면 이 전 대표의 신당은 0석,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김병민 최고위원), "쉽게 표현하면 광 팔기 수법"(박정하 수석대변인) 등 '이준석발 나비효과'에 선을 긋는 모습입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집안 대·소사를 앞두고 이모, 고모, 숙모, 삼촌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며 내부 결속을 다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그가 충분한 파급력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지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21~22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24일 공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 '유승민·이준석 신당' 지지율은 17.7%로 확인됐는데요. 특히 2040세대에서 유승민·이준석 신당은 국민의힘을 제치고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중도층에서도 신당(22.3%)이 국민의힘(17.0%)보다 더 큰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가 소위 '군불때기'에는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당 기득권 체제가 공고한 한국 정치에선 정치 혐오증이 항상 있다"며 "기성 정치권을 비토하는 세력을 흡수한다면, 적게는 10석에서 많게는 30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과거에는 '안철수'로 표현이 됐다면 현재는 '이준석'으로 표현된다는 설명입니다. 
 
②윤핵관
 
윤핵관과 인요한 혁신위의 힘겨루기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앞서 2호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당 지도부 및 중진·친윤(친윤석열)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습니다. 이후 인 위원장은 "당사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며 "한두 명만 결단을 내리면 (다른 이들도) 따라오게 돼 있다"는 결단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윤핵관으로 거론되는 이들 중에서 인 위원장의 요청에 응하고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물론 장제원·권성동 의원 등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되레 이들이 인 위원장의 전화를 피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세간에 떠돕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결국 혁신위의 험지 출마 권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혁신위 차원이 발언이지만 향후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험지 출마가 현실화된다면 민주당은 더욱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③용핵관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30명 안팎의 참모진이 총선을 준비 중입니다. 김은혜 홍보수석, 임종득 전 안보실2차장, 김인규 전 행정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들의 출마는 국민의힘 내부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용핵관'이라 불리는 용산 출신 핵심 관계자들이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지에 출사표를 던질 경우 현역 의원들과의 자리다툼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려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출신 참모에 대한 전략공천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당 내부에선 회의론도 적지 않습니다. 
 
박 교수는 "용산 참모진이 험지에 출마하면 문제가 없다"면서 "현재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노른자위를 노린다면 당연히 불만히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평론가 역시 "총선은 민심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며 "혁신위가 어렵게 띄운 중진 험지출마론에 대통령 사람들이 쭉쭉 내려간다면 영남도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④인요한 혁신위
 
이준석 신당과 윤핵관·용핵관 사이를 관통하는 변수는 인요한 혁신위입니다. 1·2호 혁신안이 모두 불발될 위기에 놓인 인요한 혁신위는 조만간 중진·친윤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재건의 할 방침입니다. 혁신위는 청년 정치인을 대거 중용하는 내용의 '3호 혁신안'도 발표했는데요. 이들이 가야 할 '우세지역'의 현역 의원들은 험지로 가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던진다는 구상입니다. 
 
혁신위는 3호 안건을 당 최고위원회에 상정해 이를 관철할 계획인 것으로도 알려졌는데요. 안건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경우 당 지도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5차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예산 정국이 지나고 본격적인 총선 정국에 돌입하게 되면 국민의힘이 국면 전환을 위한 카드로 혁신위를 활용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박 교수는 "총선 정국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특별검사)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이 다시 화두에 오르면서 여권을 향한 공세가 강해질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혁신위를) 내부를 다독일 카드로 쓸 수 있다. 가장 효과가 극대화될 타이밍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진양·최수빈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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