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요구에 '반발'…인요한, 궁지로
국힘, 혁신위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지도부 의결 사항 아냐"
김기현 "모든 일엔 시기·순서 있어"…혁신위 "시간 두고 공식 요구"
2023-11-09 16:40:24 2023-11-09 18:41:4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 정수와 세비 감축 등을 담은 '2호 혁신안'을 당에 공식 건의했지만, 지도부는 혁신안 의결 여부 결정을 미뤘습니다. 특히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권고한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에 대해선 "구두 보고도 없었고 지도부 의결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국회의원 희생'에 방점을 둔 2호 혁신안을 둘러싸고 여권 내 반발이 거센 가운데, 지도부 역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특히 혁신위는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에 대해 시간을 두고 당에 공식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내 거센 반발에 한발 물러서며 시간벌기 차원으로 읽히는 가운데, 인요한 혁신위가 또다시 난관에 부딪힌 모습입니다.
 
'희생 외면'한 김기현침묵하는 '윤핵관'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포기, 세비 관련 그리고 현역의원 등 선출직에 대한 평가 실시 등 4건에 대해 오신환 혁신위원이 제안·건의했다"며 "2호 혁신안의 상당수가 입법 사항인 만큼, 당에서는 적극 입법을 통해 혁신안을 완성하고 당헌 개정을 통해 입법 이전에 실천할 수 있는 부분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위는 혁신안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혁신위 의사를 존중한다"며 "의견을 종합 검토해 적당한 시기에 입장을 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건은 보고되지 않았는데요.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위원장 말처럼 권고 사항이었던 것 같다. 오늘 구두로도 보고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당사자들의 시간이 필요하고 당사자들의 판단도 있어야 한다"며 "지도부가 의결하고 말고 할 성질이 아니고, 시간을 조금 줘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인 위원장이 지목한 당사자들은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중진 불출마 권고를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에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는데, 요즘 언론 보도를 보니 너무 급발진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니 잘 한번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인 권성동·장제원 의원도 여러 관측 속에 침묵을 지키면서 혁신위원회 요청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 5선인 주호영 의원도 전날 대구 수성구청에서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나는) 절대 (서울) 갈 일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윤핵관 불출마' 빠진 반쪽 보고인요한 혁신위 '무용론'
 
당내 거센 반발에 혁신위는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와 관련해 추후 당에 공식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당 안팎에선 '혁신위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5차 전체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갖고 "다양한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마음 먹고 결심할 시간이 필요하니, 공식 안건으로 (최고위에) 문서 접수는 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면 당내 희생과 혁신 흐름 속에서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전언이 있어 오늘 안건에는 넣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추후에 안이 들어가 정식으로 접수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혁신위는 청년 비례대표 50% 의무화, 우세 지역에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 등을 담은 '3호 혁신안'을 발표했습니다. 최안나 혁신위원은 "미래세대를 생각했을 때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선권 가능한 순번에 비례대표 청년 50% 의무화를 추천한다"며 "두 번째로는 당선 우세 지역에 청년 전략지역구를 선정하는 것을 권고한다. 두 방식 모두 공개경쟁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발할 것이고 공개오디션 등 방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혁신위원은 이어 "전 정부 기구 및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위원회에 청년위원의 일정 비율 참여 의무화 및 확대를 권고한다. 당정협의회를 통해 시행규칙을 개정하도록 당에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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