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믿고 듣보잡 설쳐"…홍준표, 인요한에 '공개 퇴짜'
"김기현은 이준석 먹잇감…이준석 절대 안 돌아와"
유승민·이준석 이어 홍준표 만났지만…인요한, 한계 직면
2023-11-08 16:19:31 2023-11-08 19:55:3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대구=최수빈 기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8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당 지도부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홍 시장은 "윤석열정부 들어와서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들이 너무 설치는 바람에 당 위계질서가 깨지고 개판이 됐다"고 비판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는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인 위원장은 홍 시장에게 "연말까지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홍 시장은 "듣보잡들 때문에 싫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에 이어 홍 시장까지 '비윤(비윤석열)계 끌어안기'에 나선 인요한 혁신위의 '통합' 행보가 또 다른 난관을 직면한 셈입니다.
 
홍준표, 친윤 향해 "호가호위 세력"…"이준석 창당하면 10석"
 
홍 시장은 이날 대구시청에서 인 위원장과 약 15분간의 공개 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는 면담에서 "윤석열정부 들어 듣보잡들이 너무 설친다"며 "대통령과 거리가 좀 가깝다는 사람들이 설치는 바람에 당 위계질서가 다 깨지고 개판이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되는데요.
 
이어 "대통령을 믿고 초선이나 원외 듣보잡들이 나서 중진 의원들 군기를 잡고 설치는 바람에 중진 역할이 없다"며 "문제가 생기면 중진이 조정하고 여야 타협을 시켜야 하는데, 당의 허리가 없어졌다"고 꼬집었습니다. 
 
홍 시장은 또 "윤 대통령은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이다. 평생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쳐다보고 온 사람인데, 대통령을 호가호위 이용해 먹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최근에 그걸 깨닫고 자기를 이용해 먹는 세력들을 멀리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저런 비판을 받는 것이 참 안타깝다. 혁신위가 그런 세력들을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인 위원장은 "명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홍 시장은 이 전 대표와 관련해서도 "얼마나 많은 듣보잡들이 나서서 (이 전 대표를) 조리돌림을 했느냐"며 "그런 식으로 모욕을 줬는데, 이 전 대표가 돌아오겠느냐. 돌아오면 배알도 없는 놈이 된다. 그런 사태를 만든 게 당 지도부고 소위 그 대통령 믿고 설치는 듣보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정당만 창당해도 10석 가까이 차지할 수 있는데 뭐 하려고 이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나가겠다고 매달리겠냐"면서 "김기현 대표는 이 전 대표를 못 당한다. 이 전 대표가 신당 만들면 김 대표는 먹잇감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8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요한 "연말까지 도와달라"…홍준표 "듣보잡 때문에 싫다"
 
면담에서는 내년 총선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습니다. 홍 시장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윤석열정권은) 식물정권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혁신위 활동과 관련해선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으면 인 박사가 이야기한 대로 해줘야 한다. 그걸 해주느니 마느니 논의하는 자체가 저질러놓은 것을 적당히 수습해 보라고 하고, 못 하면 혁신위에 덮어씌우려는 얄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인 위원장은 "당 안에서 우리가 대통령의 얼굴이고 당의 얼굴인, 우리가 책임감 있게 똑바로 해야 한다는 아픈 처방을 내렸다"며 "지금은 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인 위원장은 "연말까지 도와달라"고 하자 홍 시장은 "나는 듣보잡들 때문에 싫다"고 웃으며 거절했습니다.
 
홍 시장은 "듣보잡들, 설치는 애들은 내년에 자동으로 정리될 것"이라며 "정리되고 난 후 새로 시작하면 될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와서 내가 총선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홍 시장은 이날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에 대해 "혁신위가 주장하는 대로 들어주는 게 맞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혁신위를 해체해야 한다"며 "자기들이 해결 못하니까 혁신위를 만든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인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당무 개입 안 한다. 자기들끼리 해야지 나하고는 상관없다"며 "21대 국회의원들이나 당협위원장에게 신세 진 게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에서 '재학생 간담회'를 열고 "다음 주제는 미래인데, 미래 안에 청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 위원장은 9일 청년·여성 등 다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3호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8일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대구=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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