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김재원까지 '징계 취소'…국민의힘 '자기부정'
여, 최고위서 '대사면' 의결…김기현 "혁신위 화합 제안 존중"
이준석 "지지율이나 올려나", 홍준표 "메뚜기 한철" 불쾌감
2023-11-02 16:30:31 2023-11-02 18:42:5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이 2일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 등에 대한 당원권 정지의 징계를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혁신위의 1호 안건인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받아들이며 '인요한 혁신위'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윤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는 게 과연 맞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사면 대상에 '5·18 망언'을 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까지 포함,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5·18 묘역을 참배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첫 행보와 정면 배치, 정치권 안팎에선 "자기부정이자 자가당착 행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홍준표·이준석 반발에도 '징계취소' 의결 강행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가 제안한 징계 취소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가 제1호 안건으로 당내 화합을 위한 제안을 제시했다"며 "과거 윤리위 징계 결정은 나름 합리적 사유와 기준을 가지고 이뤄진 것으로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의 화합 제안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조금 다른 의견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혁신위가 추구하는 가치·방향·혁신의 진정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라며 혁신위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 등 4인은 국민의힘 당원 자격을 회복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양두구육' 등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해 공개 비난을 거듭했다는 사유로 1년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가 내려져 내년 1월에 징계가 풀릴 예정이었습니다. 홍 시장은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아 징계 기간은 내년 5월까지였습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광주 5.18, 제주 4.3 등에 대한 잇단 '설화'가 논란이 되면서 내년 5월까지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바 있습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월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의혹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정지 2년'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날 1호 혁신안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데는 '인요한 혁신위'에 힘을 실으면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달라지고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안간힘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비윤(비윤석열)계 내부에선 "여론몰이식 인민재판을 자인한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5·18 민주화 정신을 훼손한 김 전 최고위원까지 징계 취소 대상에 포함,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최고위원은 4·3 망언 논란에도 휩싸였는데요. 민주당 제주도당은 즉각 국민의힘을 향해 "제주도민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처사"라고 반발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징계 취소에 불쾌감…"고생 참 많다" "수모 안 잊어"
 
인요한 1호 혁신안 의결이 당내 '통합의 신호탄'이 될지도 불분명합니다. 이날 최고위 결정이 발표되자 당원권 정지 징계 취소 대상자들은 곧바로 당 지도부를 향해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징계 취소를 의결한 것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다. 고생이 참 많다. 지지율이나 올려라"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게 아주 모순이다. 당 대변인이 방송 나가서 이준석을 제명해야 지지율이 3~4% 오른다고 하고 있는데, 이 판단대로라면 이상한 사람 아닌가"라고 비꼬았습니다.
 
홍 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한철인 줄 모르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하기야 시한부인 줄 모르고 사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이라고 적으며 징계 취소를 결정한 당 지도부를 직격했습니다. 이어 "'과하지욕'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라고도 썼습니다.
 
김 전 실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헛다리를 긁고 있다"며 "혁신위가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걸 막는 반혁신적인 일을 하는 꼴"이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김 전 비대위원장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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