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분 시정연설보다 시선 끈 20분 차담회
윤 대통령·이재명,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공식 석상' 만남
2023-10-31 17:05:11 2023-10-31 19:47:33
 
[뉴스토마토 박진아·윤혜원·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사전 환담회에서 만났습니다.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에 참석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정부 기념식 등에서 마주쳐 짧게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였습니다. 두 사람은 환담에서 민생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27분의 시정연설보다 약 20분의 사전 환담회가 더욱 시선을 끌었다는 평가입니다. 
 
윤 대통령, "오랜만입니다"…이재명, 말없이 미소만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습니다. 시정연설 시작 20분 전 사전 환담회를 갖기로 한 윤 대통령은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오전 9시42분쯤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 접견실에 들어섰는데요. 윤 대통령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영주 국회부의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과 차례로 악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하며 짧게 악수했는데요. 옅은 미소를 띤 이 대표는 별도 답변은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환담장에 들어서기 13분 전인 오전 9시29분쯤 미리 도착해 있었습니다. 5분 뒤 입장한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상당 기간 무리를 (했으니) 사후관리를 잘해야 한다. 단식하면 본인도 그렇지만 가족들이 더 애가 탄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는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정부 기념식 등에서 마주칠 때 짧게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습니다. 지난해에는 민주당이 야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감사에 반발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면서 두 사람의 사전환담이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환담 모두발언에서 "자리를 만들어 준 의장님께 감사하다"며 "여야, 정부가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저희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데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예산안을 편성한 입장에서 국회가 요청하는 자료를 충실하게 잘 (전달) 해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내가 국회의장이 되고 나서 이렇게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원내대표, 또 5부 요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며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 문제 해결이라는 특단의 각오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 요인과의 사전 환담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이재명 '민생' 한목소리…상임위 간담회선 '쓴소리'
 
이날 사전 환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비공개 환담에서 민생 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환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생 관련 얘기를 대통령이 했고, 이재명 대표도 민생이 매우 어려우니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듣고 민생 대책을 마련하라는 얘기를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환담에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자리했습니다. 5부 요인 중 한덕수 국무총리는 해외 순방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고, 이 대표는 뒤편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면서 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조정식·김민석·김교흥 등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악수를 청하면서 시정연설을 위한 연단을 향했습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동안 눈을 감고 있었는데요.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과정에서 묵례를 한 이 대표를 향해 다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후 김 의장,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들과 함께 간담회·오찬도 진행했는데요. 그는 "국회는 세 번째 왔지만 상임위원장님들을 이렇게 다 같이 뵙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며 "정부의 국정운영 또는 국회의 의견에 대해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각 상임위원장들은 상임위 현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는데요.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홍범도 장군 관련 보훈부와 국방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통령께서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교흥 행안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손을 한 번 잡아주시면 그 분들 가슴이 봄 눈 녹듯이 녹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대통령께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입장을 밝혀 논란을 해소해 주시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가진 백브리핑에서 "오늘 사전 차담회, 시정연설 후 상임위원장 간담회, 오찬 간담회까지 해서 대략 2시간30분에 가까운 시간을 국회에서 (대통령이) 일정을 보냈다"며 "일단 대통령께서 소통하는 자리 만들고 적극적으로 국회 의견과 야당, 상임위원장 의견을 청취했다는 점에 대해선 충분히 감사드리고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대표는 민생이 너무 어렵다며 현장 얘기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전달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 존중해 달라,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도 의지를 밝혀달라고 주문했다"며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잘 듣고 노력해보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하셨다"고 덧붙였습니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윤혜원·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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