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장외 피켓시위'…예산정국 대충돌 예고
윤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민주당, 장외 피켓시위로 맞이
R&D 예산 복원부터 법안 거부권 정국까지…곳곳 '첩첩산중'
2023-10-31 16:17:54 2023-10-31 19:45:01
 
[뉴스토마토 김진양·윤혜원·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피켓 시위로 윤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다만 올해에는 여당과 맺은 '신사협정'에 따라 고성이 난무하지는 않았고 본회의 시정연설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민주당이 제안한 협정을 민주당이 일주일 만에 자진 폐기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여야 간 냉랭한 기운이 가시지 않고 있어 올해 예산정국도 '강대강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피켓 외면한 윤 대통령…야 "심장 터지려는 것 참았다"
 
31일 오전 민주당 의원 50여명이 국회 본청 정문과 로텐더홀 사이 계단에서 피켓을 들고 집결했습니다. 피켓에는 '민생경제 우선', '국정기조 전환', '국민을 무서워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는데요. 모두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9시40분경 국회 본청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본청 내부로 들어섰고 피켓을 든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으로 윤 대통령과 마주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 없이 빠르게 민주당 의원들 앞을 지나 환담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뒤로 민주당 의원들이 침묵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의 무반응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간신히 참았다"는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국회가 절제된 방법으로 전달하려다 보니 일부 의원들은 감정이 올라와 힘들어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 손 내밀었지만…민주당 일부 '노룩 악수'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야유하지 않고 본회의·상임위에서 피켓을 들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른바 '신사협정'입니다. 
 
때문에 이날의 피켓 시위를 두고 "신사협정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에 피켓 시위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가 국민들이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인 만큼, 현재 국민들이 대통령께 요구하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시위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고 전해지는데요.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직접 의사표현을 하고 싶다는 뜻을 표하면서 시위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윤 대변인은 "(신사협정은) 회의장 내에서 피켓을 들거나 고성, 야유 등을 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라며 "회의장 밖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이라 의원들의 의사표현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본회의장 내에서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던 것을 제외하면 큰 소란은 없었습니다. 
 
다만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30여분간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웠습니다.  윤 대통령은 연설 전후로 의원들 사이를 돌며 일일이 악수를 청했는데,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를 외면하거나 앉은 채로 악수를 받으며 어색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일제히 일어나 박수갈채를 쏟아낸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큰 대조를 이뤘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악수를 청하는 윤 대통령에 "이제 그만두셔야죠"라 화답했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출입구 근처에 앉아있던 이재명 대표가 비교적 환한 표정으로 윤 대통령을 맞이하고 배웅까지 한 것이 이날 포착된 거의 유일했던 훈훈한 순간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입장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 시정연설 직후…한치의 양보 없는 싸움 예고
 
이날 시정연설에서 보인 온도차 만큼이나 여야는 예산정국 내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674조 국가 재정 인프라 예산이 적기에 집행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예산안이 순조롭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여야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포함한 민생 관련 예산 증액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데다,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정연설 이후 각 당의 반응에서도 이 같은 입장 차이가 확인됩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예산안에 대해 꼼꼼하게 잘 챙겼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설명이 잘 된 것 같아 보인다"고 평가했는데요.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은 나라 살림 정상화를 위한 '건전 예산'이자 약자에 대한 보호는 더욱 두텁게 하는 '친서민 예산'"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는 '맹탕연설'이었다"고 혹평했습니다. 윤영덕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연설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억지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했다"며 "R&D예산 삭감에 대한 구차한 변명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통령을 보여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논평했습니다.
 
대통령과의 오찬을 함께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불필요하게 이념전쟁이나 야당 자극하는 문구가 있지 않아 다른 때보단 낫다"면서도 "미래를 대비한 예산이 없고 중산층의 버팀목으로서 국가 재정의 역할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김진양·윤혜원·최수빈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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