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의 회장님 돋보기)취임 1년 맞은 이재용…"첫째도 둘째도 기술"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1주년 별도 행사 안 열어… 소회 없이 법정으로
소탈한 성품으로 평직원들에게 친근감 표해
"뉴삼성 비전, 사법 리스크 벗어나야 가능…참모 경질하고 혁신 인재 뽑아야"
2023-10-30 06:00:00 2023-10-30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과 마찬가지로 이번 1주년에도 별도 행사나 메시지를 내지 않았는데요.
 
앞서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12월 호암아트홀에서 취임식을 하고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것과 비교해 확연히 다른 행보입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묵묵히 미래 기술 투자와 인재 양성에 주력하며 '뉴삼성'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는 등의 대외 변수를 감안한 것도 삼성이 별도의 1주년 행사를 하지 않은 배경으로 꼽힙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형식에 치우친 것을 꺼려하는 이 회장의 개인 성품도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 회장이 의전을 싫어하는 소탈한 성격으로, 탈권위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주변인들의 공통된 전언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평직원들과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수시로 말을 건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이 상무 시절 한 직원과 마주쳤는데 손에든 서류를 보더니 '그건 뭐예요?'라고 친근감 있게 물어 보더라"며 "그 직원이 순간 당황했는지 아무 말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회장은 꾸준히 임직원들과 소통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구내식당을 이용해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어린이집을 방문해 임직원 가족까지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직원들의 요청에 격의 없이 '셀카'를 찍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합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면서 1년 간 광폭행보를 펼쳤습니다. 당시 사내게시판에 취임사를 갈음해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글에서는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는데요.
 
이 회장의 1년간 행보는 기술, 인재, 투자, 동행, 글로벌로 요약됩니다. 최근엔 '삼성 반도체 신화'가 태동한 기흥캠퍼스를 찾았는데요. 이 자리에서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이 회장의 신념에 따라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데도, 올 2분기 DS 부문에만 13조5000억원을 집행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시설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총 300조원을 들여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 회장이 신수종사업으로 낙점한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R&D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할 방침입니다.
 
이 회장은 글로벌 인맥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하고도 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등에 함께 하며 글로벌 투자 협력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과 잇따라 접촉하며 투자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 '네옴(NEOM)' 신도시 건설 현장에 헬기로 도착해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시티 지하 터널 공사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만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다짐하는 이 회장에게 과제는 여전한데요. 재계에선 무엇보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해결할 제1의 당면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일주일에 1~2회 열리는 재판에 직접 출석해야 하는데요. 이 때문에 장기 출장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27일에도 이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재판에 출석했는데요. 1주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재판정으로 향했습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돼 3년1개월 동안 1심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진행 경과에 따라 재판부가 다음달 17일을 결심공판으로 지정해 재판 종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인 재판 결과에 따라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공산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경영 활동에 또다시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있는데요. 이 회장이 등기 임원으로 복귀하는 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처럼 앞에 나서서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는 프레젠테이션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사법 리스크 때문에 앞에 나서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언급했는데요.
 
삼성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뉴삼성 비전은 이 회장의 재판 족쇄를 풀어줘야 구체적인 청사진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사법 리스크가 있는 상존하는 한 이 회장만의 색깔이나 메시지를 드러낼 뉴삼성 경영은 요원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과감한 인적 쇄신 역시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다른 관계자는 "부친인 이건희 선대회장은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 이기태 전 부회장조차도 과감히 경질조치 했다"며 "현재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참모들을 과감하게 날리고, 진정으로 삼성을 혁신할 수 있는 인재들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뉴삼성' 비전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있다고 평가하는데요. 최근 삼성SDI와 삼성SDS는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이 회장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발표된 것으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일환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정말 'JY의 시간'이다. 과감한 투자와 활발한 경영활동, 연말 인사, 그룹 컨트롤 타워 부활 등을 오롯이 풀어나가는 리더십을 보일 때"라며 "안팎에서 뉴삼성 메시지에 대한 갈망이 큰 만큼,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JY표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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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회장 . 대한민국 회장.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어떻게 대한민국의 있게 되었나 물으니까 민주주의 덕분이라고 했다는데 . 누가 그랬더라

2023-10-30 18:17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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