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돋보기)경매로 내 집 마련…물건 늘었지만 ‘아직 일러’
주택경기 불확실성·이자 부담에 경매 시장 유입 물건 증가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 감정가 대비 40% 수준 하락
호가 대비 10% 낮지만 대항력 갖춘 선순위 세입자 고려해야
2023-10-27 06:00:00 2023-10-27 06:00:00
 
‘결혼 안 하고 출산도 기피’
‘집 없으면 결혼·출산 확률 '뚝'’
‘10년 연애해도 ‘집’ 없으면 결혼 안해’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조혼인율)는 3.7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의식주 중 ‘집’이 결혼 계획이 있는 청년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로 자리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올해 9월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4631만8000원으로 10억원을 훌쩍 넘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혼=내 집 마련’은 현실적으로 쉬운 얘기는 아닌 것입니다. 
 
경매 물건이 나온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사진=백아란기자)
  
이 때문에 부린이가 선택한 첫 재테크는 ‘경매’입니다. 집값이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10월20일 기준·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가 연 4.55∼7.14%로 상단이 7%대를 돌파했습니다. 이자 부담으로 인해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괜찮은 물건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선 것입니다.
 
경매 투자를 해보자고 마음먹은 후 찾은 곳은 법원 경매정보사이트입니다. 경매에 붙여진 물건이 워낙 많아서 원하는 지역과 용도별 물건으로 좁혀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떤 물건이 좋은지 감이 잡히지 않아 ‘다수관심 물건 리스트’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 기본 경매정보(데이터=법원)
 
이달 26일 기준 법원경매정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3대장은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스 △종로구 부암동 대지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입니다.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스는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첫 적용한 단지입니다. 이는 강남 최초의 ‘호텔 같은 집’을 표방하며 2016년 1순위 청약 당시 100.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현재 디에이치아너힐스는 3차례 유찰되며 최저매각가격이 17억5104만원으로 감정가(34억원)대비 반토막 난 상황입니다.
 
그러나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존재하고 실제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가격 허들도 높았습니다. 부암동 토지(311㎡)의 경우 두 차례 유찰을 통해 감정평가액(11억3826만원)을 밑돌고 있지만 토지에 대해선 아예 지식이 없고 주변 다른 매물과 가격을 비교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남은 곳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입니다. 지난 2011년 분양한 두산 위브더제니스는 지하 6층~지상 38층 총 2개 동에 오피스텔(전용면적 기준 32~84㎡)332실과 아파트(92~273㎡) 295가구를 비롯해 상가시설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용면적 92.13㎡인 해당 물건은 4차례 유찰되면서 최저매각가격은 5억3248만원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는 감정평가액(13억원)의 40% 수준입니다. 해당 평수의 물건은 2021년 10월 14억8000만원(17층)에 손바뀜이 일어난 이후 거래가 없었는데 현재 시장에는 같은 평수대 중층 매물 호가가 15억원에 나와있습니다. 인근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황학아크로타워(주상복합·263가구)의 경우 전용 84~109㎡가 10억~12억500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가구단지에서 바라 본 두산위브더제니스(왼쪽) 및 단지와 연결된 지하철 입구 모습.(사진=백아란기자)
 
직접 방문해보니 두산 위브더제니스는 지하철 2·6호선 신당역이 단지와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교통 편의성이 돋보였습니다. 길 하나를 두고선 광희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었고 도보로 각각 5분(500m), 12분(900m) 거리에 청계천과 대형마트도 있었습니다.
 
상업시설은 편의점과 식당, 병원 등이 지하부터 지상2층까지 들어와 있었습니다. 다만 단지 자체가 크지 않다보니 대형 커뮤니티센터와 같은 인프라가 부족하고 주상복합 주변으로 가구 공업사 등이 즐비해 있어 아이를 키우기보다는 신혼부부나 1인 가구가 직주 근접으로 이용하기에 더 적합해 보였습니다.
 
입찰에 앞서 법원에서 제공한 부동산 현황 조사서를 살펴봤습니다. 해당 물건은 2019년 전입한 임차인이 있는데 선순위 전세권은 8억원으로 나왔습니다. 전세권 설정등기는 소멸되지 않고 인수사항이 되기 때문에 염두에 둬야 합니다.
 
매각기일은 이달 31일로 인수될 전세 보증금 및 최저가격 합산액이 현재 호가보다 13% 정도 낮은 수준이어서 현재 시장 상황과 금융비용 등 감안시 이번 경매가 낙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서울지역 경매시장 전체로 보면 시세 대비 입찰가격 메리트가 눈에 띄게 매력적인 정도는 아니어서 실수요자들이 접근하기엔 애매한 수준으로 판단됐습니다.
 
서울아파트 경매지표(표=지지옥션)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2023년 9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는 216건으로 2016년 6월(234건)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다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091건으로 이 중 730건이 낙찰됐습니다.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34.9%로 전월(43%)에 견줘 8.1%포인트 감소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9%포인트 오른 83.5%로 올해 최고치입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옥석 가리기’로 낙찰률은 하락했지만, 선호도가 높은 지역과 단지 위주로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상승했다"라며 "(입찰시에는) 대항력을 갖춘 선순위 임차인에 대한 (인수를) 고려해서 현재 거래되고 있는 시세가 정말 어느 정도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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