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계…오너가 세대교체 바람
GS건설 오너 4세 허윤홍, 신임 CEO 선임
책임경영·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 차원
금호건설·SGC이테크·HNinc 등 경영 능력 시험대
2023-10-24 06:00:00 2023-10-24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건설업계 오너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며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부진, 안전사고와 유동성 문제로 건설업계 전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오너가 젊은 경영인들이 중책을 맡으면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됩니다.
 
건설사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곳은 GS건설입니다. GS건설은 최근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 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며 오너 4세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GS건설이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한 것은 10년 만으로, 이번 선임은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등 최근 각종 이슈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왼쪽부터) 허윤홍 GS건설 대표,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 이우성 SGC이테크건설 대표, 이승찬 계룡건설 회장.(사진=각사)
 
실제 GS건설은 CEO 선임에 앞서 이달 13일 자율경영 체제와 품질 향상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예년 보다 한 달 이른 시점에 이뤄진 조직개편을 통해 GS건설은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17명의 신임 상무를 선임하고, 20여명의 기존 본부장급 조직장을 교체했습니다. 특히 기존의 틀을 깬 40대 임원의 내부 승진과 외부 인력도 영입했습니다.
 
젊은 CEO 선임에 따라 조직에도 변화를 준 것입니다. 허 사장은 1979년생으로 GS칼텍스 신입사원으로 그룹에 발을 담근 후 2005년 GS건설에 입사해 재무, 경영혁신, 플랜트사업 부문을 거쳤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아 해외시장개발, 수처리사업, 모듈러사업 등 미래 전략사업 발굴·투자를 추진했던 만큼 추락한 GS건설과 자이(Xi)의 명성을 회복하고, 신사업부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계룡건설의 경우 연초 창업주인 고 이인구 명예 회장의 아들인 이승찬 사장을 회장으로 추인하며 총수 경영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회장은 두산건설에 입사해 건설업계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지난 2002년 계룡건설에 이사로 자리를 옮긴지 21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취임 이후 전문성 강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자 기존 6개 본부 5개 실 체제를 경영과 건설 2개 부문 1개 실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책임경영을 추진 중입니다. 이를 위해 계룡건설은 데이터센터 구축·판매·운영·임대와 벤처사업 발굴·투자·육성을 새로운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주택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힙니다.
 
한화 또한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3각 편대의 사업구조를 구성하며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한화건설 부문은 김승모 사장이 이끌고 있지만, 한화가 지난해 한화건설을 흡수 합병하며 김 부회장의 사업 영역에 놓이게 된 만큼 경영 구조나 체질 개선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오너 일가가 경영일선에 나선다고 해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금리인상 기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겹친 데다 원자재가격 인상과 악성 미분양 증가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금호그룹 오너가 3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의 경우 실적 부진으로 인해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장남인 박 사장은 지난 2021년 아시아나IDT에서 자리를 옮긴 이후 현재 서재환 대표와 함께 금호건설을 이끌고 있는데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입니다.
 
SGC이테크건설은 지난해 말 고 이회림 OCI 창업자(회장)의 차남인 이복영 회장의 장남 이우성 부사장을 선임하며 오너3세 경영의 막을 올렸지만 중대재해로 영업정지 8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으며 올해 초에는 현대가(家) 오너3세인 정대선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이치엔아이엔씨(HNInc)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HNInc는 아파트 브랜드 ‘현대 썬앤빌’과 ‘헤리엇’ 등을 내세워 주택사업을 벌이며 지난 2021년 2838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지난해 분양한 속초헤리엇 THE228 등에서 미달이 나오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 업황이 안 좋다 보니 신성장 사업을 위해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젊은 임원을 중용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아직 인사가 다 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젊은 CEO가 오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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