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의 회장님 돋보기)담당직원보다 '업무 빠삭' 신학철 부회장의 비결
'샐러리맨의 신화'…한국인 최초 3M 총괄
LG화학, 외부인사 CEO 영입도 최초…'구광모 시대' 상징 인물
새벽 기상해 업무 파악 '모범생'…"상황 이해력, 지식 흡수 수준 탁월"
2023-10-23 06:00:00 2023-10-23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1984년 한국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여년 만에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성공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한국인이 3M 국외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건 신 대표가 처음이었는데요.
 
LG화학이 외부인사를 CEO로 영입한 것도 창립이후 신 부회장이 처음입니다. LG가 핵심 계열사인 LG화학에 신 부회장을 수장으로 앉힌 건 그만큼 그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8년 구광모 LG 회장이 당시 신 수석부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설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때문에 '구광모 시대'를 상징하는 CEO로도 재계에 회자됩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신 부회장은 3M 수석부회장 시절 매일 새벽 4시 일어나 세계 경제 동향과 업무를 파악하는 모범생으로도 꼽힙니다. 하루 업무 시작 전 15분 정도 생각을 정리하고 일을 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합니다. 
 
'직원들보다 업무를 더 잘 알고 있는 CEO'로 불리는 것도 이런 덕분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워낙 업무에 빠삭하다보니 웬만한 현안은 직원들보다 더 많이 꿰뚫고 있다"면서 "상황을 이해하고 지식을 흡수하는 수준이 탁월한 리더"라고 평가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특히 현장을 중시한다"며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나온다. 리더는 사무실에만 앉아있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아직도 현장에서 직원과 고객을 만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신 부회장은 사석에서도 "모든 지식을 흡수하지 않고 '내가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논어에 나오는 '치기언이과기행(恥其言而過其行)'이라는 글귀를 되새기곤 하는데요. 이는 '말이 행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 부끄러워한다'는 뜻입니다. 고객을 대할 때 말이 앞서는지를 항상 경계함을 의미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소통하는 신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맞닿아있는 셈이지요.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황으로 실적 한파를 겪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화학기업인 LG화학을 이끄는 신 부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 부회장의 선택은 신사업 육성인데요. 핵심 키워드는 배터리, 친환경 소재, 신약입니다. 구조적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전통적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2차전지 소재 등 미래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신 부회장은 지난달 글로벌 인재 영입을 위해 3년 연속 미국을 방문했는데요. 대상은 배터리, 친환경·바이오, 혁신 신약 개발 등 LG화학의 3대 신성장동력을 가속할 혁신 기술 전공자들이었습니다. 
 
신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지금을 누군가는 위기와 불확실성 시대라고 하겠지만, 저는 오히려 모든 것이 가능한 기회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재 모시기에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신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을 제시했는데요.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는 의미처럼 LG화학의 세 가지 성장동력이 신 부회장의 교토삼굴이 될지 주목됩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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