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탈상…삼성, 이재용표 쇄신 임박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학술대회…"신경영정신, 기업 미래 이정표 제시"
이재용 '뉴삼성' 메시지도 주목…초격차 기술·인재 양성·미래 투자 담길듯
연말 인사 통해 취임 1년 쇄신 꾀할 전망
2023-10-18 14:50:10 2023-10-18 15:16:57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이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3주기를 맞아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오는 25일은 이 선대회장의 타계 3주기이고, 이튿날인 27일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1주년입니다. 통상적으로 '탈상'을 의미하는 3주기와 이 회장의 취임 첫해를 맞아 대대적인 조직 쇄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는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올 3분기 반도체 실적이 바닥을 치면서 시장에선 내년 1~2분기에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데요.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에서 이 선대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며 초격차 기술 재도약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일환에서 이 선대회장에 대한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18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이날 서울 서초사옥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행사에는 김재구 한국경영학회장,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국내외 석학과 삼성 관계사 임직원 등 총 3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삼성의 신경영을 △기술 △전략 △인재 △상생 △미래세대 △신흥국에 주는 함의 등 6가지 관점에서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신경영이 가진 현재적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데요.
 
2017년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된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였다"며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마틴 명예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당시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발굴하고 발명하는 입장이었고 과거에 묶여 있지 않았다"며 "관련 데이터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고, 삼성의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전략 이론가"라고 했습니다.
 
김재구 회장은 개회사에서 "이 선대회장은 미래 지향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했습니다.
 
김황식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이 선대회장은 기업이 가진 인재와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며 "신경영 정신 재조명을 통해 한국 기업의 미래 준비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기조연설을 맡은 신학·인문학 분야 권위자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르네상스인(人) 이건희(KH)와 KH 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이 선대회장의 'KH 유산'으로 이뤄진 대규모 사회 환원의 의미를 되새겼는데요.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家)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긴 한국의 시대 정신"이라며 경영 외적인 분야에서 전례 없이 큰 유산을 국가에 남겼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습니다. 또 감염병과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총 1조원을 기부하는 등 고인이 남긴 'KH 유산'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신세대와 함께 도전하는 새로운 삼성'을 주제로 미래 세대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의 신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음날인 19일에는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 선대회장 추모 음악회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모친 홍라희 여사 등 총수 일가가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계열사 사장단도 총출동할 예정입니다. 추모 음악회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할 예정입니다. 조성진은 올해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 회장 3주기 추도식은 오는 25일 경기도 용인 선영에서 열립니다. 추도식에는 총수 일가를 비롯해 삼성 전현직 사장단이 대거 참석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2주기 당시에는 삼성 전현직 사장단 등 300여명이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았고, 1주기에는 코로나 등을 고려해 유족과 일부 사장단만 참석했습니다. 이후 이 회장은 홍 여사와 함께 경남 합천군 해인사와 경남 양산의 통도사를 잇따라 찾은 바 있습니다. 삼성은 지난달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사업을 시작한 이 선대회장의 성과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이 선대회장의 탈상을 마친 3주기에 이 회장이 '새로운 메시지'를 낼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새 미래비전에 관한 메시지인 '뉴삼성'에 대한 구상인데요.
 
1987년 이병철 창업회장 별세 후 회장직에 오른 이 선대회장이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선언'을 통해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이 '뉴삼성' 메시지를 통해 삼성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뉴삼성' 메시지에는 초격차 기술과 인재 양성, 미래 기술 투자를 토대로 한 선언이 담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 회장은 꾸준히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한 고민과 그룹의 방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지난 4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삼성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첨단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기술 개발 노력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이 구체적인 뉴삼성 비전을 내놓지 않더라도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뉴삼성'의 비전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재계 관계자는 "창업·선대회장의 성장이념으로 삼아 삼성의 내실과 외실을 키웠다면 이제는 초격차와 초일류 확보에 중점을 둔 미래 전략을 내놓을 때"라며 "대대적인 조직 쇄신을 통한 혁신을 실행에 옮길 지가 뉴삼성의 선행 과제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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