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 CEO·임원 '대폭 물갈이'
GS건설·DL이앤씨 등 조직개편·인사 실시
대형 건설사 CEO 절반, 내년 초 임기만료
2023-10-18 06:00:00 2023-10-18 09:50:28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부실시공과 중대재해 등 부정적 이슈로 몸살을 앓던 건설사들이 조직개편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부진, 안전사고와 재무안전성 문제로 건설사 줄도산 우려가 나오는 등 건설업계 전반이 어수선했던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예년보다 이르게 시작된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유동성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타개할 방안으로 성과중심의 인적 쇄신이 이뤄진 모습입니다. 특히 일부 건설사에서는 수장 등 임원 교체도 이뤄지면서 연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나올 전망입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사진=각사)
 
포문을 연 곳은 DL이앤씨입니다. DL이앤씨는 지난 9월 비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홍보담당임원 등 일부가 짐을 싸고 나간 상황입니다. 이번 인사는 통상 10월에 진행되던 정기 임원 인사 시기보다 앞당겨진 것으로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개인회사 부당 지원’ 혐의로 벌금 2억원이 확정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총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건설현장 안전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면서 추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중대재해·수익성 부진 부담에 자진 사퇴도 
 
올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로 논란이 있었던 GS건설은 자율경영 체제와 품질 향상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예년 보다 한 달 앞선 시점에 이뤄진 조직개편을 통해 GS건설은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17명의 신임 상무를 선임하고, 20여명의 기존 본부장급 조직장을 교체했습니다.
 
또한 기존의 틀을 깬 40대 임원의 내부 승진과 외부 인력도 영입했습니다. 아울러 기존 6개 부문, 9개 본부 체제로 분리돼 있던 사업조직과 수행조직들을 통합해 10개 본부로 재편함으로써 이슈에 빠르게 대응할 방침입니다. 인력 재배치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고, 업무에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지난 4일 임원인사를 발표한 한화그룹은 건설부문에서 김윤석, 박광호 등 4명을 신규 임원으로 승진시켰습니다. 한화 건설부문은 한화에 흡수 합병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포지션 중심의 임원인사체계’를 도입하며 12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는데 올해는 그에 비해 다소 줄어든 규모입니다. 한화는 이번 인사에 대해 ‘사업 분야별 전문성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력을 발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최고경영자 CEO 교체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를 비롯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마창민 DL이앤씨 대표,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등 5곳의 건설사 수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일부 건설사의 경우 자진 사퇴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우선 GS건설의 경우 임기 10년차인 임병용 대표이사 교체가 예상됩니다. 임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표이사를 그만둘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그렇게 볼 수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밖에 우철식 태영건설 사장은 경영상 책임을 이유로 선임 9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으며 대보건설은 이달 초 권오철 건축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10개월 만에 수장을 교체했습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다보니 조직개편을 조금 더 당겨서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임원의 경우 인사가 빠르면 오히려 내년도 업무에 대해 적응할 수 있으니 장점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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