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노스 엄빠는 '말단 대리'…반도체 작명 비화
"반도체 이름 지어봐라" 사장 지시에 대리가 작명한 '엑시노스'
그리스어로 "똑똑하다·푸르다"의미…삼성전자 1년9개월만에 '엑시노스 2400' 발표
"칼 갈고 만들었다"…'갤럭시S24의 두뇌'로 AP 최적화 관건
2023-10-16 06:00:00 2023-10-16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엑시노스'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브랜드입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는 스마트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데요.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하는 갤럭시S24에 엑시노스 2400 탑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엑시노스는 향후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 성장 동력의 큰 축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엑시노스 작명의 유래가 독특합니다. 엑시노스의 조상격인 칩은 당초 삼성전자 내부에서 '모바일 CPU'로 불렸습니다. 그러던 것을 칩의 쓰임새에 더욱 부합하는 '모바일 AP'로 부르다가 '엑시노스'라는 이름을 따로 지어 만든 건데요.
 
삼성전자 5G 통합 프리미엄 모바일AP '엑시노스 2100'(사진=삼성전자)
 
재계 관계자는 "당시 사장이 말단 대리에게 '새로 출시할 반도체의 이름을 지어보라'고 지시를 내려 만들어진 이름이 '엑시노스'"라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장과 말단 대리가 이메일을 통해 작명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단 점에서 '엑시노스'는 삼성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보여주는 산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엑시노스라는 그리스어로 '똑똑하다(éxypnos)와 푸르다(prasino)'는 단어를 합친 의미인데요. 삼성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인 만큼 '똑똑함'과 친환경 기술 생태계 구축을 지향하는 '푸름'이라는 의미를 담아낸 것이지요. 이렇게 말단 대리의 작명을 통해 '엑시노스'라는 반도체 브랜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만 하더라도 반도체에 별도로 이름을 안 짓던 시절이었다"며 "삼성전자에서 엑시노스라는 브랜드가 시리즈로 출시됐고,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어깨를 견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라고 회고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1년9개월 만에 엑시노스 2400을 발표했는데요. 전작(엑시노스 2200)보다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은 1.7배, AI 성능은 14.7배 대폭 향상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22 시리즈에 엑시노스 2200을 탑재했다가 발열과 성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 입지가 위축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갤럭시 S23시리즈에도 해당 칩 탑재가 제외되는 쓰라린 경험을 겪었습니다. 2년여 간 자사의 엑시노스가 아닌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사용하다보니 가격 협상력이 약화되는 등의 부작용도 겪었습니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엑시노스 2400'. 엑시노스를 빠르게 부활시키려는 삼성의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퀄컴이 칩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칩 설계부터 생산, 스마트폰 완제품 판매까지 모두 담당합니다. 2년 만에 고성능 AP 사업의 재도약에 나서는 삼성이 "절치부심해서 개발했다"고 언급한 엑시노스 2400이 얼마나 최적화를 이루고 시장 장악력을 높일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에서 열린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 2023'에서 시스템LSI 사업부 박용인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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