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겸허히 수용"…여, 후폭풍 속으로
대통령실 "어떤 결과든 엄중히 받아들여야"…여론 동향 탐색 분주
국민의힘 "낮은 자세로 민심 귀 기울일 것"…담담한 패배 인정
유승민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 일갈…국민의힘, 혁신위 발족할 듯
2023-10-12 16:50:50 2023-10-12 19:31:5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참패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습니다. 내심 한 자릿수 득표율 차이의 석패도 기대했던 만큼 충격이 상당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뿐,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에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전국지방자치단체 중 한 곳에 불과하다며 애써 '정신승리'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지도부의 진정성 없는 성찰에 당 내부에서는 비윤계(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선거캠프에서 패배 인정 입장을 말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에 '불똥' 튈까 '촉각'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첫 메시지를 냈습니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중요한 것은 민생"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더욱 낮은 자세로 민심에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 당으로서는 험지로서 녹록한 여건이 아니었음에도…"(김기현 대표), "전국기초단체 중 한 곳에 불과하지만 국민 전체 민심이라 여기겠다"(윤재옥 원내대표)는 등의 발언은 '용산의 핫라인'을 강조하며 승리를 자신했던 선거 직전의 모습과 상당한 대조를 이룹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 이후 백브리핑에서도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은 내일(13일)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만 언급한 뒤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선거 결과와 관련해 최대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는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론을 경계하는 심리가 깔려있습니다. 당초 국민의힘은 무공천으로 이번 보궐선거를 치르려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김 후보의 사면·복권으로 출마의 길을 열어줬기 때문입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다"라고 일격한 것도 같은 연유이지요. 유 전 의원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의지에 따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문제 있는 후보를 냈고, 선거 운동만 당에서 뒤치다꺼리를 했다"며 "김기현 지도부가 아닌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대급 참패"인데국힘, 지도부 사퇴 고심
 
안철수, 나경원 등 거물급 인사들까지 차출되며 '필승'을 다졌던 상황이 무색할 만큼 패배를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오히려 당내 불만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폭망"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험지 메이커"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민주당보다 좀 더 나은 미래 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도부가 아니다"라도고 일침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0년 4월 총선에서 보수대결집으로 패배한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걸쳐 쌓아올린 자산이 완벽하게 리셋됐다"고 일갈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민심 이반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미처 몰랐다"고 당정 쇄신을 주문했습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도부 사퇴 대신 혁신위원회 발족으로 수습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기현 대표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공언한 뒤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구체적인 기구의 이름 등 혁신 방안들은 13일 개최되는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15일에는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내 여론을 수렴할 계획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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