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위험 줄어들자 갭투자도 '꿈틀'
전세 끼고 매매 '갭투자' 활발
전셋값 빠른 회복세…역전세난 잠잠
"갭투자 유리해진 환경…깡통전세 양산"
2023-09-05 06:00:00 2023-09-05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경기도 화성 우정읍 '미성아파트 102동' 전용면적 71㎡는 올해 6월 9500만원에 매매거래된 이후 지난달 같은 평형대 최고가격인 1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매맷값보다 전셋값이 500만원 더 높아 사실상 집주인은 자본금 없이 집을 소유하게 됐습니다.
 
평택 청북읍 '사랑으로부영2단지' 전용 59㎡는 7월 1억5000만원에 팔렸으나, 8월 1억4300만원에 전세거래됐는데요. 매맷값과 전셋값의 갭은 700만원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수도권에서 저가 또는 소형아파트를 소액의 자금으로 전세를 끼고 매매한 '갭투자'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동안 화성에서 가장 많은 256건의 갭투자 매매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어 △평택 179건 △성남 분당구 178건 △시흥 175건 △인천 연수구 171건 등 순입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에서는 송파구가 145건으로 갭투자 매매가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1290건의 매매 중 11.2%에 해당합니다. 올 7월 19억4500만원에 거래된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4㎡는 지난달 16억95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어 갭이 2억5000만원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밖에 강동구(137건), 강남구(114건), 노원구(110건), 서초구(103건)에서 100건 이상의 갭투자 거래가 나타났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앞으로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매수에 나서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9월 위기설 잠잠…되려 갭투자 성행 우려
 
수도권 집값 상승폭 확대로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퍼지는 가운데 전셋값마저 오름세를 보이면서 갭투자가 꿈틀대는 모습입니다. 9월 역전세난 위기보다 갭투자 확대를 우려해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수도권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면, 매맷값은 6월 첫 주(0.01%) 상승 전환해 지난달 28일 0.12%으로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전셋값은 매맷값보다 늦은 6월 마지막 주(0.02%) 상승세로 돌아선 후 지난달 0.14%까지 오름세를 늘렸습니다.
 
이달부터 역전세난이 본격 예고됐지만 전셋값 상승세와 매물 감소로 위기설은 수그러들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었죠. 매맷값 동반 하락으로 전셋값이 집값을 웃도는 깡통전세도 속출했습니다.
 
특히 전셋값이 정점을 찍었던 2021년 하반기 계약한 건의 전세계약 만료 시기가 올 하반기 도래함에 따라 역대급 역전세난이 몰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그래프=한국부동산원)
 
하지만 급매물 소진으로 전셋값은 상승했고 작년 대비 시장에 나온 매물은 줄었습니다. 아실이 집계한 전세 매물량(9월 4일 기준)을 보면, 서울은 지난해 3만5881건에서 올해 3만831건으로 14.1% 감소했습니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31.6%, 26.8% 줄었죠.
 
정부가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DSR·RTI)를 완화하는 등 역전세 대책을 내놓은 데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3%대로 낮아진 점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깡통전세 위험과 이자 부담이 줄면서 월세에서 전세로 다시 임차 수요가 이동한 것입니다.
 
문제는 집값 변동률이 지금처럼 회복세를 유지할 경우 줄어든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로 인한 갭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정부가 이달 중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를 언급하면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미지수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중소형 주택은 전세 등 임대가격이 얼마나 받쳐주는지 중요하다"며 "전셋값 회복 흐름으로 갭투자자들이 유입하기 쉬운 시장이 됐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아직 집값 바닥이라고 보기는 이르다"며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갭투자 증가는 향후 깡통전세를 양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