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10대 건설사 중 임금 최저"…HDC현산 노조, 창사 이래 첫 파업
1976년 설립 이후 첫 파업…500명 참석
저성과자 임금 삭감·임금 인상률 두고 이견
"불철주야 고생했는데"…붕괴사고 후 불만도
2023-07-11 18:00:00 2023-07-11 18:59:4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현대건설 만큼 준다고 했는데 현재 급여나 복리 후생은 시공능력평가 30위 건설사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아이파크 노동조합은 11일 오전 용산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습니다.
 
HDC현산 노조 파업은 창사 이래 처음입니다. 지난 1976년 HDC현산의 전신인 한국도시개발 설립 이후 파업은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첫 파업 노조원들의 참여율은 높았습니다. 김동현 HDC현산 노조 사무국장은 "2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궂은 날씨에도 전체 조합원의 절반인 500여명이 거리에 나왔다"면서 "노조원들은 격앙된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국 각지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올라왔다"며 "최소 5개에서 최대 10개 현장이 셧다운됐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번에 노조원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저성과자 임금 삭감 조항과 임금 인상안을 두고 노사가 의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절대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저성과자들의 임금을 2% 삭감하고, 이를 매년 3%씩 정규직 1000명 중 30명에 해당하는 인원에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구조조정 형태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노조 설명입니다.
 
임금 인상안의 경우, 5개년 평균 물가 상승률에 인사 평가에 따라 추가로 1.5~6%를 차등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아이파크 노동조합원들이 11일 용산역 앞 거리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노조는 "HDC현산 직원 연봉은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건설사의 평균임금 대비 2950만원 낮다"면서 저성과자 임금 삭감안 수용 불가와 더불어 전년 대비 20% 이상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HDC현산 사측은 "D등급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부여되며, 3% 적용안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D등급 부여 또한 담당 팀장, 인사팀, 인사위원회의 3단계 검증을 거쳐 엄격히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두 번에 걸친 광주 붕괴사고 이후 직원들의 불만도 터져나왔습니다.
 
한 조합원은 "지난해 붕괴사고가 터지고 직원들이 불철주야 고생했지만 사측은 사고 원인을 직원 탓으로 돌리고 임금인상은 커녕 저성과자를 쫓아내겠다고 한다"면서 "HDC현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정몽규 회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내부 간섭을 계속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노조원들은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난 2015년 4월 설립된 HDC현산 노조에는 총 직원수 1859명(1분기 보고서 기준)의 과반수가 넘는 1060명이 소속돼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3~4개월 사이 노조원이 300명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조는 상급단체인 한국건설기업사무노동조합연맹에 위임해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한편 각 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HDC현산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700만원으로, 전년(7300만원) 대비 8.2% 감소했습니다.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은 금액이며, 가장 높은 삼성물산(1억2500만원)의 절반 수준을 보였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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