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카르텔 타파한다더니…윤 대통령, 처가 의혹에는 '침묵'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종점 변경' 후폭풍 연일 강타
김건희 일가 '카르텔' 논란에 대통령실 "국토부 소관"
2023-07-10 14:53:56 2023-07-10 16:38:0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의 국책사업 백지화 선언으로 지역 주민 반발이 거세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정치권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의 본질이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번지면서 여야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대통령실은 관련 의혹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간 '이권 카르텔 타파'를 외친 윤 대통령이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야권에서는 "'고속도로 게이트'야말로 대통령이 말한 이권 카르텔의 온상"이라며 파상공세를 예고했습니다. 
 
변경된 종점, 인근엔 김건희 여사 일가 땅
 
1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김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입니다. 민주당은 국토부가 김 여사 일가 땅과 가깝게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한 게 아니냐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주당이 정치 공세를 벌인다"며 고속도로 건설 계획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논란이 된 고속도로 노선 변경은 "2년 전 민주당이 먼저 추진했다"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문제가 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서 광주시를 지나 양서면까지 약 27km 구간을 잇는 사업입니다. 이 방향으로 길을 트게 되면 평일 출퇴근 차량은 물론, 혼잡했던 두물머리 교통량이 분산될 것으로 기대됐는데요.
 
해당 사업은 지난 2008년 경기도에 처음 제안됐지만 경제성 등의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1월 국토부가 발표한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2016~2020년)'에 포함되면서 동력을 되찾았습니다. 2019년 3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됐고, 2021년 4월 이를 통과하면서 본격 추진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2022년 3월 진행된 타당성 조사와 같은 해 6월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공고에도 종점은 일관되게 양서면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토부가 지난 5월8일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내용'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촉발됐습니다. 게다가 "주민 의견이 있을 경우 공개 기간 내에 의견을 제출해 달라"며 5월8일부터 22일까지 단 15일간 국토부 홈페이지와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에만 공개해 정작 양평군 주민들은 이 변경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강상면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김 여사 일가는 양평에 총 29개 필지를 보유 중인데, 대부분의 필지가 이번에 변경이 추진됐던 고속도로 종점 인근에 몰려 있습니다. 종점 변경으로 관련 땅값이 상승할 가능성도 커진 셈인데요. 
 
10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 범군민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조 국책사업 뒤집은 원희룡야당, 국조에 '장관 탄핵'까지
 
이번 의혹의 관전 포인트는 대통령실을 비롯해 '상부의 압박'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2조원(예비타당성안 1조7695억원·노선변경안 1조8661억원)에 달하는 국책사업의 수정안부터 백지화까지 윗선 개입이 드러날 경우 '권력형 비리'로 확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미 2년 전에 지금과 같은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했다고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대통령실과 국토부를 옹호하고 나섰는데요.
 
특히 이번 논란이 확대된 데는 원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원 장관은 "민주당은 자신 있으면 국토부 장관인 저를 고발하라"며 "그 결과 제가 이 사건 전에 김 여사 땅이 그곳에 있단 걸 조금이라도 인지했거나, 노선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는데요.
 
변경 추진한 고속도로 노선 종점지 인근에 김 여사 땅이 있었던 걸 전혀 몰랐다는 주장이지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이 양평군 병산리에 있는 김 여사 땅에 대해 원 장관에게 질의한 점을 고려하면 당시 이미 원 장관은 김 여사 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대안 노선이 김건희 여사 집안 땅을 지난다는 사실을 제가 알고 있었다는 가짜뉴스도 퍼지고 있다"며 "이 또한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을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특혜 의혹으로 바라보고 진실 공방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권력형 비리 의혹의 전형", "국정농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데요. 이번 논란을 '대통령 처가 카르텔'로 규정하고 태스크포스(TF) 구성에 이어 국정조사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원 장관 탄핵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김 여사를 둘러싼 권력형 비리 의혹이 연일 확산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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