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뉴라이트'·권익위는 '검찰'…윤 대통령 노골적 '우향우'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개각…장관급 2명·차관급 13명 교체
대통령실 참모진 대거 전진 배치…방통위원장 인선 연기
2023-06-29 16:42:01 2023-06-29 17:21:4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집권 2년 차를 맞아 첫 개각을 단행했습니다.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뉴라이트' 인사인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에 '검찰' 출신인 김홍일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각각 지명하며 노골적인 우향우 행보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또 소폭 이뤄진 장관급과 달리 각 부처 차관은 대폭 교체했는데요. 지난해 윤석열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에서 1년간 호흡을 맞춰온 비서관들을 대거 부처 차관으로 보냈습니다. 장관 교체에 따른 청문회 부담을 피하면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주요 부처에 더욱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떠나는 내정자들에게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대북 강경파·BBK 면죄부 준 검사국정 전면 등장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에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각각 지명하고 19개 부처 중 11곳의 차관 12명을 교체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호 후보자는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통일비서관과 외교부 인권대사를 역임했으며, 북한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대북 강경파'로 분류됩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지난 2월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으며 현 정부의 중장기 통일 방안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연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그는 지난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반일 종족주의"라고 강력히 비판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뉴라이트 학자 모임을 이끈 이력도 있어 보수 색채가 짙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또 '통일부와 외교부를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로, 외교통일부 신설 방안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김홍일 내정자는 이른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습니다. 당시 수사팀은 이 전 대통령이 주가조작에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김 내정자는 대검 중수부장 재직 시절에는 당시 중수 2과장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2021년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각각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비서관 대거 '차관' 기용…윤 대통령 "이권 카르텔과 싸워달라"
 
차관급의 경우 기획재정·국토교통·문화체육관광·환경·해양수산부 등 11개 부처에서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대통령실 참모들을 부처 최전방에 배치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실제 교체된 12명의 차관 중 5명이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입니다. 김오진 관리비서관과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은 각각 국토부 1차관, 2차관에 내정됐습니다.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은 환경부 차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은 해수부 차관,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에 각각 내정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차관 내정자들에게 "공직사회에 나가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카르텔을 잘 주시하라"며 "부당하고 불법적인 카르텔을 깨고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적 쇄신 후 대통령실 참모진들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번 개각을 들여다보면 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아 본격적인 성과들이 나와야 하는데, 설익은 대책과 공표로 국정기조마저 각이 틀어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향후 윤 대통령의 정책 의지가 보다 직접적으로 부처에 전달될 전망입니다.
 
한편 이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던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인사는 빠졌습니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내정된 상태는 그대로지만, 여러 정무적 고려로 발표가 미뤄졌다는 전언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사라는 것이 고려할 사항도 많고, 어차피 지금 (방통위원장이) 비어있으니까 추후에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 문승현 통일부 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임상준 환경부 차관. 아랫줄 왼쪽부터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