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혼란' 진화 나선 당정…'주 69시간' 데자뷔
당정, 수능 '킬러 문항 빼고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사교육 부담 없는 수능' 해명에도 교육현장 대혼란
2023-06-19 16:12:26 2023-06-19 19:18:2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내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150여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파장이 커지자 사교육 경감 방안 등을 내놓으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는데요. 당정의 수습에도 수험생·학부모 등 교육현장은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논란의 불씨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마치 지난 3월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였던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 논란의 데자뷔와 같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주 최대 69시간제'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사회적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 '수능 발언'에 화들짝당정, 조기 진화에 총력
 
국민의힘과 정부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발언' 이후 불거진 '쉬운 수능' 논란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당초 이날 회의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교육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실무 당정협의회로 계획됐지만, 논란이 커지자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나서면서 회의 규모가 커졌습니다.
 
회의 결과, 당정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에 몰린 국민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수능에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에 대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출제됐던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공교육 과정을 기반으로 수능 적정 난이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는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논란이 됐던 소위 '킬러 문항'은 시험 변별력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이는 사교육으로 학생·학부모를 내모는 근본 원인"이라며 "앞으로 공정한 수능이 되도록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도록 출제기법을 고도화하는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모든 가능한 지원을 다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의원은 전임 정부가 시행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에 대해 존치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을 존치해 학생들 수준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며 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며 "이와 함께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교사의 수업 평가를 강화하며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킬러 문항 삭제가 사실상 '쉬운 수능'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윤 대통령이) 수능 난이도를 조절하라고 말한 것도 없고, 정시와 수시 비율을 조정하라고 말한 적도 없다"며 "대학교수도 풀기 어려운 과도한 지식과 배경을 요구하는 문제가 사교육의 기회요인으로 작용해서 이걸 끊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왜 혼란을 초래하는 건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능 코앞인데 메시지 혼선…교육현장·정책 대혼란
 
이번 '쉬운 수능' 논란은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달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은 18일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며 이 부총리가 브리핑에서 '공교육 교육과정'을 '학교 수업'으로 잘못 전달해 혼란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킬러 문항과 관련해 "수십만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교육현장의 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는데요. 수험생·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퍼져가는 여론 악화에 당정이 나서 조기 진화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지만, 논란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 논란의 데자뷔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근로시간 개편'이 '주 최대 69시간제'로 비화되면서 이른바 2030대인 MZ세대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는데요. 정책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당정 간의 소통 엇박자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번 논란 역시 윤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이 교육현장의 혼란은 물론, 교육정책의 혼선까지 가져왔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수능의 적정 난이도 확보를 위해 출제 기법 등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협의한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교육 내용이 안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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