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신탁사 써야하나"…신탁 재건축 딜레마
신탁 재건축 다시 주목…이탈 움직임도
수수료 내고, 신탁등기도 해야…부담 느껴
신탁사 "전문 인력 갖춰…장기적 관점에선 유리"
2023-06-15 06:00:00 2023-06-15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최근 신탁방식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부쩍 늘었지만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많은데요. 신탁사의 도움을 받아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반면 수수료와 신탁 조건 등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신탁방식 재건축이 득인지 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빈번한 공사비 분쟁 이슈로 신탁방식 재건축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신탁방식에서 조합방식으로 전환한 곳도 많습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삼호아파트는 한국토지신탁과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다 올 2월 조합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강동구 삼익그린2차의 경우 지난 2017년 한국자산신탁과 재건축 업무협약을 맺었으나 동의율 충족에 어려움을 겪으며 신탁방식을 관철시키지 못했습니다.
 
신반포4차와 방배7구역 또한 이전부터 신방방식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결국 조합방식을 택했습니다.
 
지난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이후 신탁사들은 정비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신탁사는 정비사업지 토지등소유자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 사업시행자 혹의 대행자의 지위를 얻게 됩니다.
 
당시 강남과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신탁사와 업무협약을 맺거나 예비신탁사를 지정하면서 신탁방식 재건축이 빠르게 확산된 바 있죠. 금융기관 성격을 지닌 동시에 부동산 개발에 특화된 신탁사는 정비업계에서 환영을 받았습니다.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사업비 조달과 분담금 등 금융 문제를 해결하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 조합 비리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힙니다. 조합 방식에서 발생하는 문제 요소를 관리해 투명하게 효율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뉴시스)
 
통상 사업비의 1~2%를 수수료를 내야 하고, 토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신탁 등기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신탁사와 계약을 해지하려면 토지등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는 등 계약사항에 따라 어려움도 있습니다.
 
신탁사가 시행을 맡은 곳이라면 주민 의사를 모을 수 있는 대표 기구가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신탁사와 주민 간의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죠.
 
한 조합원은 "신탁등기로 집주인 권한은 빼앗기고, 재건축사업이니 기간이 줄어도 불안함이 있다"면서 "신탁방식 재건축으로 준공된 곳이 많지 않아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신탁사들은 재건축사업 전반을 놓고 보면 수수료가 높은 편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사 내 시공사 출신 전문가들과 원자잿값 리스트를 뽑는 전문 인력이 있다"면서 "비전문가인 조합이 시공사와 협상한 공사비 대비 70~8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유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신탁사 고위관계자는 "재건축은 10년 정도 소요되는데, 사업비 1~2%의 수수료를 연간으로 따지면 0.1~0.2%인 셈"이라며 "모아서 보면 단위가 크지만 사업 기간을 감안하면 큰 부담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신탁방식은 전체 정비사업의 4%에 불과하다"면서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시간이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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