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행사만 남았다?…한중관계 '파탄' 직면
'싱하이밍 사태'에 한중 갈등 악화일로
윤 대통령, '상호주의' 앞세워 강경 대응
2023-06-14 16:41:13 2023-06-15 08:37:5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른바 '싱하이밍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며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한국 정부를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외교 결례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며 강경 대응할 뜻을 밝혔습니다.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싱 대사의 '내정간섭 논란'을 계기로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정국' 이상으로 한중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기피인물' 카드 선 긋는 정부군불 때는 여당
 
1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실상 싱 대사 교체를 포함한 중국 측의 수습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싱 대사가 주한 중국대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인데요. 여당 내부에선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PNG·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해야 한다"며 연일 군불을 때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는 싱 대사의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관저로 초대한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를 겨냥한 적대적 발언들을 쏟아내 한중간 외교 갈등을 빚었습니다.
 
윤 대통령도 전날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작심 발언하며 싱 대사 발언을 이례적으로 지적했는데요.
 
일단 중국 외교부는 '적절한 조치'에 대해 "한국 측의 관련 입장 표명과 함께 일부 매체가 싱 대사 개인을 겨냥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심지어 인신공격성 보도를 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드 이상 갈등 불가피'투표권·건보' 제도 개선 예고
 
중국 측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당분간 한중 갈등은 이어질 전망인데요. 한중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평가받는 지난 2016~2017년 사드 정국으로의 회귀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 한중 양국 간 상호주의 원칙을 언급하며 강경 대응도 예고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중 간에) 상호주의에 맞도록 제도 개선에 노력해달라"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져 지방선거 투표권, 건강보험 적용 등과 관련해 양국 간 상호주의가 지켜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입법 조치 등이 이뤄질지 주목되는데요.
 
현재 중국은 영주권자에게 선거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아 우리 국민들이 중국 내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해 중국인들의 경우 한국 영주권을 취득한 후 3년이 지나면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우리 국민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중국인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지난해 7월까지 5년간 2조7000억원대의 건강보험료를 지원받는 등 형평성 논란이 촉발돼 왔습니다. 
 
이번 '싱하이밍 사태'로 여당 내에서도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입법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 같은 조치들이 추진될 경우 한중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과거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이상으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중국의 경제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과거 사드 때처럼 당장 가시적 조치를 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여전히 수출 등에서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커서 한중 갈등이 커질수록 경제 협력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실리를 챙기는 외교,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하는 길에 "한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상호 존중, 공동 이익,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자, 건강하게 발전시키자는 것이 윤석열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며 "한중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안 되고 역행하는 그런 일들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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