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여야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여야 모두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 특별법 등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여야 모두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선 데다가, 그간 과도한 정쟁으로 국회가 멈춰 선 사이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20~30대 청년들이 비극적 선택으로 내몰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매수권부터 특별법까지…여야, 잇단 사고에 '부랴부랴'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당내 TF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당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즉시 구성하겠다"며 "TF에서는 피해자들이 요청하고 있는 대안을 중점적으로 경매 중단, 우선매수권 문제, 선별 구제 방안 등을 포함해 제기되고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가장 실효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당정이 조율해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경매 일정의 중단 또는 유예 방안을 보고받고, 이를 시행하도록 지시했는데요.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해 선순위 근저당권을 확보한 금융기관이 채권(대출금) 확보를 위해 경매를 신청한 경우 일정 기간 매각 기일을 연기하도록 요청하는 방안이 핵심입니다.
대통령 지시에 여당은 TF 발족과 동시에 정부가 먼저 내놓았던 전세사기 대책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오는 20일에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전세사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정책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당 역시 전세사기 문제에 당력을 집중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세사기는 수많은 국민에게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히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피해구제를 위해서 특단의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부가 어제 밝힌 '경매 일시 중단' 조치도 필요하다"라며 "여기에 더해서 '선지원 후구상권 청구', '피해자 구제 특별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전세사기 방지 및 사기피해자 보호대책'도 발표했는데요. 정책위원회는 △'전세사기 방지·구제를 위한 범정부대책기구' 설치 △전세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피해자에 대한 조건없는 저리대출 시행 △선지원 후구상권 청구 등을 입법으로 추진할 방침입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국회 당 회의실에서 전세사기 대책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서 잠자는 법안 27건…정쟁에 처리 '뒷전'
현재 국회에는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습니다. 실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국회에 발의된 전세사기 관련 법안은 27건으로, 이 중 17건이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법안 발의는 집값 하락으로 깡통전세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나, '강서구 빌라왕' 사망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가시화된 지난해 10월 이후 급증했는데요. 현재 관련 법안들은 국토교통위·행정안전위·기획재정위·법제사법위에 산재돼 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세입자 집이 경매에 부쳐지더라도 임차보증금을 집주인의 재산세 등 지방세 체납액보다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문제는 이런 법안을 내놔도 조속히 처리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점입니다. 그간 다수의 법안들이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차일피일 미뤄져 있는 상황인데요. 당장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국회는 연일 양곡관리법, 간호법 제정안 등 이해가 첨예한 법안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조속한 법안 처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법안 심사를 진행할 국회 상임위 일정 등을 고려하면 전세사기 방지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5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전세사기 피해 방지와 구제대책 법안 통과는 거대 양당 정쟁과는 무관하게 억울하고 부당한 피해자들의 목숨을 살리는 시급한 일"이라며 여야 협치를 촉구했습니다.
19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인천지역 3번째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의 빈소 앞에 추모 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