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16개 전기차 차종 명단에서 우리나라 현대, 기아차가 제외됐습니다. 또 미국 국방부는 한국 대통령실에 대한 도청 의혹과 관련해 한국에 사과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양국 관계만 강조했는데요.
동맹국으로부터 대통령실이 불법 도청을 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저자세' 외교를 한 윤석열정부에 되돌아온 것은 참담한 결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18일 미국 정부의 IRA 세부 지침에 대해 "한국 전기차 수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습니다.
미 보조금 못 받는 '현대차·기아' 발등의 불
미국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IRA 세부 규정에 따라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16종, 하이브리드차 6종 등 총 22종의 대상 차종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명단에는 현대차·기아가 제외되고 온통 미국 브랜드로만 채워졌는데요. 특히 세부 지침 발표 전에는 보조금을 받았던 현대차 GV70도 이번엔 제외됐습니다. IRA는 법조항에서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 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토록 요건을 강화했습니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저자세 외교를 펼쳤던 윤석열정부에 되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인데요. 정상회담을 코 앞에 두고 악재가 겹치면서 북핵 억제력 확보 등 대북을 제외한 경제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둬 선물 꾸러미를 가져올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특히 오는 26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IRA와 반도체법 보조금 관련 불확실성 해소가 우리 측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의 핵심 수단인 두 법률은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개입된 국내 기업들의 명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정부에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고, 정상회담에서 국내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외교적인 성과가 꼭 뒤따라와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입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우리 경제를 위해 무엇을 챙겨야 하나' 토론회에서 "한국의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노력과 함께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서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 확고한 입지를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며 "기존 유예기간을 상당 기간 연장하거나 한국 업체를 수출 통제 조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미국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현대차의 GV70. (사진=뉴시스)
"한국과 좋은 관계"…미, 불법도청 '모르쇠' 일관
아울러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최근 통화에서 문서가 조작됐다는 데 동의했다는 데, 위조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부 유출 문건의 유효성을 물은 것 같은데, 특정 문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문서가 추가로 조작됐는지를 알기 위해 문건을 평가하고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유출자가 한미 관계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개인의 의도는 말할 수 없다"며 "(수사 중인) 법무부에 문의해 달라"고만 했습니다.
특히 싱 대변인은 '미국의 도청이 사실이라면 한국에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다시 말하지만 이 사안은 검토가 진행 중이다"면서 "본질적으로 범죄이기 때문에 법무부가 취급하고 있는 문제"라고만 언급하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린 한국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양국 간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부 기밀 유출 사건을 다루는 미국 정부의 방식에 오히려 동맹국들이 고마워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유감스러운 이번 기밀 유출은 세계적으로 공동의 목표를 증진하기 위한 우리 파트너 국가들과의 신뢰와 확신을 이제까지 파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의 동맹국들은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는 진지함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실(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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